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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낙마 이어 조셉 윤 사퇴 … 대북 대화론자 사라진다

중앙일보 2018.02.28 01:44 종합 4면 지면보기
조셉 윤

조셉 윤

미국 국무부 6자회담 대표인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번 주 후반 사퇴한다.
 

웜비어 석방 이끌어낸 협상파
강경론 NSC와 갈등 영향 준 듯
본인은 "떠날 때 돼 떠나는 것"

한국계이면서 국무부 내 대표적 대화론자였던 조셉 윤의 사퇴로 향후 북·미 회담 추진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윤 대표는 26일(현지시간) CNN에 “이 시점에서 은퇴하기로 한 것은 전적으로 내 결정”이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아쉽다며 나의 사퇴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날 보도가 나온 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권과 정책적 차이가 있어서 떠나는 게 아니다"며 "이제 남북 대화도 잘 되고 있고 북미 대화도 시작할 때가 됐으니 담당자를 좀 바꾸는 것도 어떤가 하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분, 가깝게 일하는 분들이 나서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또 "북미대화에 대해 매우 희망적으로 보고 있으며 (한반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의 사퇴는 크게 두 갈래로 해석되고 있다.
 
첫째는 본인의 강한 의사다. 실제 윤 대표는 1년여 전부터 여러 자리에서 “나이도 있는 만큼 그만둘 때가 됐다” “내가 물러나는 건 사임(resign)이 아니라 은퇴(retire)”란 말을 하고 다녔다. 윤 대표는 1954년생으로 만 64세다. 85년 국무부에 들어가 33년째 외교관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윤 대표의 사퇴를 두고 대북 대응을 둘러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의 갈등을 주된 이유로 꼽는 분석도 있다.
 
대북 강경 대응을 주도하는 허버트 맥매스터 NSC 국가안보보좌관 라인이 대북 대화론을 펴는 윤 대표를 철저히 견제하고 배제한 데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NSC 내부에선 윤 대표를 가리켜 ‘드리머(dreamer·꿈을 꾸는 사람)’라 호칭하기도 했다. 특히 윤 대표의 “북한이 60일 이상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북한 간 대화 시작을 위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이른바 ‘60일 플랜’은 국무부와 NSC의 대립의 골을 깊게 했다. 일본 등도 윤 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그럼에도 윤 대표는 박성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로 대표되는 ‘뉴욕 채널’을 가동하며 북·미 간 대화를 꾸준히 모색해 왔다. 지난해 평양을 방문해 북한에 억류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석방을 이끌어 낸 것도 이 뉴욕 채널을 통해서였다.
 
말투는 투박해도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는 윤 대표는 몇 안 되는 한국계 외교관의 맏형 노릇을 해 왔다.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 인사가 대북 강경론을 펴는 NSC의 견제로 철회된 데 이어 윤 대표마저 물러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대북 대화론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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