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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에 답한 트럼프 “올바른 조건 없인 대화도 없다”

중앙일보 2018.02.28 01:42 종합 4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연례 회동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한과의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밝혔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연례 회동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한과의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밝혔다. [AFP=연합뉴스]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북·미 대화 용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예상보다 강경했다.
 

북한 대화 제의에 첫 언급
“25년간 대화로 무슨 변화 있었나”
북 비핵화 의지 먼저 밝혀라 촉구
거부하면 군사행동 다시 시사

한국 ‘핵동결 → 폐기론’과 결 달라
일각선 ‘대화 전 샅바싸움’ 해석도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그들(북한)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올바른 조건 아래에서만(only under the right condition) 대화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조건’이 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이 먼저 확고한 비핵화 의지와 방안을 대외적으로 내보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이 25일 성명에서 강조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VID)’와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핵실험, 미사일 발사 도발을 중단하고 이어 비핵화를 회담 의제로 삼겠다는 명백한 의사 표시가 있어야만 대화다운 대화가 가능할 것이란 주장이다.
 
또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수행해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고 이날 귀국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과 관련, “논의는 전적으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그들과 대화할지 말지를 결정할 주된 요인(primary factor)”이라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이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내비쳤던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가 아니라 처음부터 북한의 비핵화 의사가 전제되는 대화를 조건으로 내건 셈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과의 회담에서 거론한 것으로 전해지는 ‘핵 동결→핵 폐기 논의’라는 ‘2단계 핵 폐기론’과는 결이 다소 다른 얘기다.
 
이날 트럼프는 조지 H 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정권을 일일이 거명하며 “그들은 25년 동안 대화를 해 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느냐? 아무 일도 없었다. 특히 클린턴 정부는 수십억 달러를 그들(북한)에 줬다. 그런데 합의가 체결된 다음 날부터 그들(북한)은 핵 연구를 시작했고 계속했다. 끔찍한 일이다”고 비판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대북 중유 공급과 북한 경수로 건설 지원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노골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북한의 시간 벌기식 협상 전술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강한 의지를 표명함과 동시에 북한이 끝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군사행동도 검토할 것이란 뉘앙스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트럼프는 이날 “모든 사람이 누구도 이전에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규모의 엄청난 인명 피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군사옵션을 간접 언급했다.
 
물론 일각에선 이날 미국의 반응을 본격적인 북·미 대화로 돌입하기 전의 기선 제압, 샅바싸움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날 트럼프의 “우리는 북한에 매우 강경하게 해 왔다. 북한이 처음으로 대화를 원하고 있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볼 것”이라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트럼프가 ‘북·미 대화 용의’에 대한 반응으로 ‘조건’이란 단어를 꺼낸 것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말로는 비핵화를 ‘절대적 전제’로 내거는 것 같지만 실제론 비핵화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핵·미사일 도발 중단(모라토리엄)’ 정도만 해 준다면 미국도 탐색적 ‘예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일종의 신호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4월 초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시기와 규모 조정에 미국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만큼 남북, 한·미 간에 어떤 타협이 이뤄질지가 최대 변수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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