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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잡는다고 145억 ‘헛돈’ … 서울시, 대중교통 공짜정책 폐기

중앙일보 2018.02.28 01:09 종합 10면 지면보기
서울시가 미세먼지가 심할 때 시행하는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결국 폐기했다. 지난 1월 15일과 17·18일 세 차례 적용된 대중교통 요금 면제는 실효성 논란이 뜨거웠었다. 서울시는 하루에 400만명이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50억원가량 드는 이 정책을 예산 증액을 해서라도 계속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다가 뒤로 물러섰다.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쪽으로 전환
2005년 12월 이전 등록 차부터 적용
이르면 상반기 시행 … 과태료 10만원

27일 서울시는 출퇴근시간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중단하고 공해를 내뿜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차량 의무 2부제가 법제화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미세먼지 배출 저감을 위해 취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정부 차원의 더 강력한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기도 한 이 정책이 이제 목적을 다 했다고 판단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신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이들에게 페널티를 주겠다는 ‘원인자 부담 원칙’을 강조한 정책을 내놨다. 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2.5t 이상 경유차 등 공해 유발 차량의 서울 내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

대중교통 무료 정책

서울 37개 지점에 설치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단속시스템에 공해 유발 차량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평상시에는 노후 경유차를, 비상시에는 기준을 보다 강화한 ‘서울형 공해차량’을 단속한다. 하반기에는 폐쇄회로TV(CCTV) 단속시스템 43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정책을 시행하려면 시민 공청회와 시의회 심의, 경기도·인천시 협의를 거쳐야 해 실제 시행 시기는 하반기나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
 
아울러 차량의 친환경 수준을 7등급으로 나눠 라벨을 부착하는 ‘자동차 배출가스 친환경 등급제’를 도입한다. 올해 연말부터 하위 등급인 5∼6등급 차량의 사대문 안(한양도성 녹색교통진흥지역) 운행을 시범적으로 제한하고 내년부터 전면 제한한다. 환경부는 오는 4월 친환경 배출등급을 고시할 예정이다.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경유차가 6등급, 2009년 12월 이전 등록된 경유차는 5등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비상저감조치 발령 때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는 개인과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준다. ‘승용차 마일리지 회원’이 비상저감조치 시행일에 자발적으로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으면 한 번에 특별 포인트를 3000포인트 부여한다. 승용차 마일리지는 연간 주행거리 감축량·감축률에 따라 연 2만~7만원 인센티브를 주고, 이를 모바일 상품권과 아파트 관리비 차감 등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현재 5만명인 승용차마일리지 회원을 상반기 중 1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32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발족한 ‘미세먼지 나부터 서울시민 공동행동(미행)’과 협력해 차량 2부제 참여 캠페인 등을 펼치기로 했다.
 
김영성 한국외대 대기환경관리과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는 교통량을 줄인다고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즉흥적인 정책보다는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전기와 에너지를 아껴 쓰도록 유도하는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서울시가 정책 폐기를 발표하자 “늦었지만, 서울시가 미세먼지 공짜운행을 포기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며 “미세먼지는 어느 지자체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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