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살 예방 일본 7500억, 한국 162억원 … 이젠 국회가 나선다

중앙일보 2018.02.28 00:56 종합 14면 지면보기
국회의원 38명이 참여한 ‘국회 자살예방포럼’ 출범식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포럼 공동대표인 원혜영 ·주승용(오른쪽 서 다섯번째여섯번째) 의원 등은 ‘자살은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임현동 기자]

국회의원 38명이 참여한 ‘국회 자살예방포럼’ 출범식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포럼 공동대표인 원혜영 ·주승용(오른쪽 서 다섯번째여섯번째) 의원 등은 ‘자살은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임현동 기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3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다. 국회의원 38명이 참여한 국회 자살예방포럼이 27일 국회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10%가 넘는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았다.
 

의원 38명 ‘자살예방포럼’ 출범
자살률 13년째 1위 오명 벗기
자살은 개인 아닌 사회문제 강조
예산 확충, 법·제도 개선 앞장

포럼 공동대표인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살은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원혜영 의원은 “정부와 국회, 민간이 모든 역량과 관심을 투입해서 올해를 자살 예방과 생명 존중 문화 확산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의원들이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도화하고 자살 정책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럼은 앞으로 법·제도 개선에 앞장서기로 했다. 자살 예방에 대한 법률을 꼼꼼히 살펴 개선하고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예산 확충하는 데 주력한다. 또한 민간·종교 단체, 언론 등과 협력하며 현장 의견을 꾸준히 듣겠다는 목표다. 포럼에 참여한 권도엽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부·국회가 자살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민간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올해 자살 예방에 투입되는 예산은 162억원이다. 지난해(99억원)보다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웃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편이다. 일본 정부는 한 해 7500억원이 넘는 돈을 자살 예방에 쏟아붓고 있다. 그 덕분에 2003년 3만4000명을 웃돌았던 자살자 수가 지난해 2만1302명(잠정치)으로 줄었다.
 
일본의 성공 배경엔 국회가 있다. 2006년 9명으로 시작한 ‘자살대책을 추진하는 의원 모임’은 현재 103명으로 늘었다. 자민당·입헌민주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자살 정책을 위해 초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자살대책기본법’ 제정·개정은 물론이고 정부에 여러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도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 자살 전문가인 시미즈 야스유키 라이프링크 대표는 “일본 의원들은 자신들이 나선 뒤 자살률이 떨어지자 정책 효과가 나타난 데 고무됐다. 정치권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려면 현장에서 어떤 게 필요한지 목소리를 전달하고 성공할 거란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도 정치권의 꾸준한 지원, 특히 대통령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는 “자살 예방 정책에서 중요한 건 리더의 관심과 결심이다. 핀란드도 대통령이 나서서 모든 자살 유가족에게 그 원인을 묻고 위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회는 법률 개정, 예산·인력 변화, 지역구 주민과의 소통 등 자살 예방을 위해 할 일이 많다. 매년 의미 있는 사업을 벌이는 일본 의원 모임처럼 우리 국회도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