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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칼잡이’ 왕치산, 중국 외교팀 이끈다

중앙일보 2018.02.28 00:52 종합 16면 지면보기
왕치산. [로이터=연합뉴스]

왕치산. [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 지도부에 외교 전문가가 늘고 있다.”
 

도광양회 탈피, 본격 대국 행보 시동
전인대서 국가 부주석에 오를 듯

집권 2기를 맞은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핵심 역량이 외교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이 중국의 국제적인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지도부에 외교 전문가를 적극 기용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서방과의 외교전선에서 활동했던 베테랑들이 주요 포스트에 오르고 있다. 특히 대미 외교 경험이 풍부할수록 중용되는 분위기다. 일차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 마찰 등 현안이 많기 때문이다. 또 시 정권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른바 신실크로드)’ 구상에 따른 세부적인 외교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본격적인 대국 행보를 위해 외교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운다)를 외교 기조로 삼았다. 그러나 이제 경제력에 걸맞은 대국 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할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시진핑의 오른팔인 왕치산(王岐山·사진) 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외교 드림팀’의 수장을 맡아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는 점이다.
 
올해 70세가 되는 왕치산은 중국 지도부의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는 유임, 68세는 은퇴) 원칙에 따라 당초 은퇴가 점쳐졌다. 그러나 시진핑은 오랜 규율까지 깨면서 왕치산을 살려냈다. 게다가 거의 전권을 줄 태세다. 이미 여러 중화권 매체들은 왕치산이 다음달 5일 개막하는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 부주석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진핑 집권 1기 때 반부패 사정의 칼을 쥐었던 왕치산이 집권 2기엔 외교까지 관장하면서 시진핑의 권력 강화를 보좌하게 된다.
 
지도부에 입성한 외교 전문가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지난해 10월 19차 공산당 대회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에 발탁된 왕후닝(王滬寧) 중앙서기처 서기와 왕양(汪洋) 부총리가 대표적이다. 푸단대 교수 출신인 왕후닝은 국제정치학자로서 명성이 높다. 시 주석의 야심작인 일대일로 구상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다음달 전인대에서 정협 주석에 오르는 왕양은 경제통이다. 그는 지난 5년간 대미 경제협상을 주도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중간 무역전쟁이 가시화된 만큼 왕양의 역할과 입지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 관료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외교 최전선에 있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국무위원 승진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당초 왕이는 부장(장관)급 정년인 65세에 걸려 내년 퇴임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에 선임되면서 도리어 중용이 예상됐다.
 
앞서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은 정치국원으로 발탁됐다. 25명으로 구성되는 권력 상층부인 정치국원에 직업 외교관이 진입한 것은 천안문사건과 한·중 수교 당시 외교부장을 지낸 첸치천(錢其琛)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SCMP는 “외교 전문가들이 대거 지도부에 들어오면서 의견 대립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왕치산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갈등을 조정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이동규 인턴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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