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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보다 나이 많은 73세 복학생 50년 만에 학사모

중앙일보 2018.02.28 00:11 종합 23면 지면보기
유순희(가운데 학사모)씨가 26일 연세대 학위수여식에서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유순희]

유순희(가운데 학사모)씨가 26일 연세대 학위수여식에서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유순희]

반백년 간직한 꿈을 이룬 이가 있다. 지난 2015년, 50년 만에 연세대에 복학한 만학도 유순희(73·행정학과)씨다. 그는 26일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한 유순희씨
베트남 파병 뒤 이민으로 학업 중단

이날 루스채플에서 열린 ‘2018 사회과학대학 학위수여식’에서 푸른 가운을 입고 검정색 학사모를 쓴 유씨는 가족, 친지, 교수, 동문들의 격려와 박수 속에 학위증을 받았다. 손주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 지 약 2년 반만의 결실이다.
 
유씨는 3학년 1학기까지 마친 1965년, 입대해 베트남에 파병됐다. 1968년 제대 후 복학을 포기하고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우드버리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이후 국제자동차, 부동산 회사 ‘리맥스 아메리칸 드림’을 운영하는 등 사업가의 길을 걷다 62세에 은퇴, LA 인근 뮤리에타에 살고 있다.
 
늘 마음 한 켠에 간직한 ‘모교 졸업’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유씨는 만 70세가 된 2015년 큰 결심을 하고 한국으로 가 연세대 복학 허가를 받았다.
 
오류동의 아파트에서 홀로 늦깎이 유학 생활을 시작한 유씨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도서관-강의실-식당-도서관을 오가며 향학열을 불태웠다. 유씨는 교지에도 소개되며 연세대의 유명 인사가 됐다. 그를 잘 모르는 학생들도 ‘총장보다 나이 많은 복학생’이라고 말하면 금세 알아들을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유씨는 이메일을 통해 “입학한 지 55년 만에 졸업이란 목표를 이뤄 기쁘지만 정든 캠퍼스를 떠나려니 허전한 마음이 앞선다”는 소감을 LA중앙일보에 보내왔다.
 
그는 또 이메일에 “미국에서 바쁘게 살면서 하지 못했던 책읽기와 글쓰기, 도서관과 학교를 오가는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활기를 찾았고 건강도 좋아졌다. 복학은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 적었다. “젊은 학생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그들보다 5배 노력했다”는 유씨는 많은 학생에게 귀감이 됐다. 지난 24일엔 지난해 졸업한 행정학과 후배의 간청으로 그의 결혼식 주례까지 맡았다.
 
유씨는 “많은 가족, 친지, 지인이 내게 힘을 줬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큰 힘이 된 아내(유경숙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며 살고 싶다”고 밝혔다. 
 
LA중앙일보 임상환 기자 lim.sanghw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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