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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45일만 집에 들어갔다 … 한국 썰매 쾌거 ‘숨은 영웅’ 이용 감독

중앙일보 2018.02.28 00:02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용(오른쪽)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은 발로 뛰는 리더십과 과학적인 훈련으로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왼쪽)을 키워냈다. [뉴스1]

이용(오른쪽)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은 발로 뛰는 리더십과 과학적인 훈련으로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왼쪽)을 키워냈다. [뉴스1]

지난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1998년 올림픽 첫 출전 썰매 1세대
외국 돌며 장비·노하우 전수 받고
다국적 코칭 스태프 구성도 이끌어
“베이징 때는 국산 장비로 도전 꿈”

평창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스켈레톤 경기를 모두 마친 한국 대표선수단 50여명은 이용(40)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을 헹가래쳤다. 봅슬레이 남자 4인승 은메달리스트 원윤종(33)과 김동현(31), 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 서영우(27·경기연맹)는 이 감독의 목에 4개의 은메달을 걸어줬다. 이 감독은 “이제 다 끝났습니다. 진짜 속 시원합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용 총감독. [사진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이용 총감독. [사진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이 감독은 평창올림픽에서 썰매 경력 23년만에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중·고교 시절 씨름과 레슬링을 했다가 1995년 고교 교사의 추천으로 루지(누워 타는 썰매 종목)를 시작했던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썰매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단 평가를 받았다. 26일 밤 서울 자택에 귀가한 이 감독은 “매일 훈련 일정 정하고, 스태프들과 코스 얘기를 하다가 집에서 아침을 맞이하니 기분이 묘했다”면서 “축하 문자와 메시지를 400여통 받았다. 일일히 감사 인사드리는 게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한국 썰매의 1세대다.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루지에 강광배, 이기로와 함께 나갔던 한국 최초의 올림픽 썰매 출전 선수다. 올림픽 직후 특전사 부사관으로 7년간 복무했던 이 감독은 2005년 루지 선수로 복귀해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설움속에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썰매를 탔던 그는 “훗날 지도자가 되면 후배들은 이런 일을 안 겪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2010년 은퇴한 뒤 휘문중·고교 봅슬레이·스켈레톤팀 초대 감독을 맡았던 그는 이듬해 1월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의 제안으로 대표팀 감독이 됐다.
 
이용 총감독과 월드컵에서 우승한 원윤종(왼쪽).  [사진제공=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이용 총감독과 월드컵에서 우승한 원윤종(왼쪽). [사진제공=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선수 시절 마음 속에 새겼던 건 대표팀을 이끌면서 그대로 지켰다. 그는 선진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직접 외국인 지도자와 장비 전문가를 찾아갔다. 200kg이 넘는 장비를 옮기면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전국을 누비며 선수 발굴에도 힘썼다. 또 선수들의 훈련 여건 개선을 위해 각 시·도 체육회를 찾아가 실업팀 창단을 요청하고, 훈련비 마련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후원사를 직접 찾아갔다. 2011년 2명이었던 코칭스태프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6개국, 17명으로 늘었다. 전문적인 훈련체계도 갖췄다.
 
이 감독은 “게으른 천재보다는 노력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또 개인보단 팀을 우선으로 여겼다. 이 두 가지 원칙을 갖고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스스로 "호랑이처럼 엄하게 선수들을 대해서 미안할 때가 많았다"고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이 감독을 꼽는다.
 
윤성빈-원윤종-서영우-이용 감독. 평창=김지한 기자

윤성빈-원윤종-서영우-이용 감독. 평창=김지한 기자

이 감독이 집에 들어간 일수는 2016년엔 28일, 지난해와 올해를 통틀어 17일 밖에 되지 않는다. 대표선수 조련을 위해 그는 선수촌과 훈련장에서 살았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자정에 자는 일이 반복됐지만 다음달 중순까지는 푹 쉬면서 '좋은 아빠'로 지내고 싶어 한다. 이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은 “평창올림픽은 한국 썰매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감독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썰매를 접하는 계기가 많았으면 좋겠다. 또 베이징 올림픽 때는 국산 장비로 도전해보고 싶다. '썰매 종주국' 지위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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