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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집값 1억 뛸 때 일산은 뚝, 왜

중앙일보 2018.02.28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삼성·한신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이달 중순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8·2 부동산 대책 발표 전인 지난해 7월 말 실거래가(8억1500만원)와 비교하면 7개월여 만에 1억3500만원(16.6%) 올랐다. 반면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뉴삼익아파트’ 전용 84㎡는 같은 기간 1500만원(2.8%) 떨어졌다. 지난해 7월 5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엔 5억1500만원에 팔렸다.
 

명암 엇갈린 1기 신도시 2곳
8·2 부동산대책 이후 집값 정반대
분당엔 강남 낙수효과, 교육수요
일산은 대출 규제에 재건축도 감감

수도권 1기 신도시의 쌍두마차인 분당과 일산 집값이 최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분당 집값은 연일 치솟는 데 반해 일산은 내리막길이다. 8·2 대책이 집값 희비를 가른 형국이다.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분당 아파트값은 지난해 7월 말보다 평균 9.99% 올랐다. 서울 송파구(11.55%)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상승했고, 수도권 집값 상승률(2.07%)의 5배 가까운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고양 일산동·서구 아파트값은 각각 0.9%, 0.57% 하락했다. 가격 격차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분당의 3.3㎡당 아파트값은 현재 1938만원대로, 지난해 7월 말(1681만원대)보다 15.3% 올랐다. 이 기간 일산은 1203만원대에서 1222만원대로, 상승률이 1.6%에 그쳤다.
 
명암 엇갈린 1기 신도시 2곳

명암 엇갈린 1기 신도시 2곳

8·2 대책 직전 집값 흐름은 두 지역이 비슷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7월 1~2%대 강세를 보였다. 그 결과 정부는 8·2 대책과 9·5 후속 조치를 내놔 분당을 투기과열지구로, 일산은 ‘집값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각각 지정했다. 분당은 주택담보 대출 때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강화되는 등 19개 규제를 적용받았지만, 일산은 조정대상지역(LTV 60%, DTI 50%)으로 남아 8·2 대책 사정권에서 비켜났다. 분당이 상대적으로 더 센 규제를 적용받은 셈이다.
 
그런데도 분당 집값이 뛴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강남 낙수효과’를 꼽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 집값이 뛰면서 그 열기가 인근 분당, 과천 등으로 확산했다”라며 “돈이 되는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수요도 집값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정부의 자사고·외고 폐지 움직임에 ‘똘똘한 일반고’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최근 강남 집값이 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추진 기대감도 한몫했다. 특히 1991년 첫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는 3~4년 후면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후 30년)을 충족한다. 분당 서현동 S중개업소 대표는 “인근 판교에 비해 집값이 덜 올랐다는 인식과 제2, 제3 판교테크노밸리 개발 계획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산은 규제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두동의 N중개업소 관계자는 “8·2 대책 이후 대출 한도가 줄면서 매수세가 잘 붙지 않고 집값이 힘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연식은 분당과 비슷하지만,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할지도 미지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일산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사업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리모델링 시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3.3㎡당 1800만원 이상은 돼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집값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분당의 경우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숨을 고를 수 있겠지만, 3월에 정자동에서 분양물량이 나오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위원은 “다만 보유세 인상을 비롯한 각종 규제에다 금리 인상 등 변수가 있어 분당 집값이 계속 오르긴 쉽지 않다”라며 “일산도 올해 말 킨텍스에서 삼성역을 잇는 GTX A노선 착공 전까지는 보합권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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