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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시 고은 시인 기념관, 곧 전면 철거

중앙일보 2018.02.28 00:01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사) 3층에 조성된 고은(84) 시인의 기념공간인 ‘만인의 방’이 전면 철거된다. 서울시는 27일 오후 6시 이 공간에 가림막을 치면서 철거 수순에 들어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1~2주 후에 전시장 철거 작업을 시작한다.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전부 치울 것”이라고 밝혔다. 
 

“1~2주후 철거 작업 돌입”
기증품은 본인에 돌려 줄 듯

28일 오전 서울도서관 3층의 '만인의 방'은 가림막으로 완전히 가려졌다. 가림막에는 '공간 재구성 예정입니다'란 문구가 붙었고, 출입이 통제됐다. 임선영 기자

28일 오전 서울도서관 3층의 '만인의 방'은 가림막으로 완전히 가려졌다. 가림막에는 '공간 재구성 예정입니다'란 문구가 붙었고, 출입이 통제됐다. 임선영 기자

고은 시인은 과거 여성 문인 등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추문에 휩싸였고, 미투(#Me Too)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번진 데 따른 조치다. 서울시 관계자는 “바로 철거하지 않고 가림막을 치는 건 이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논의하기 위해서다. 확정되면 지체 없이 철거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약 3억원을 들여 만든 ‘만인의 방’(60㎡)은 고은 시인이 『만인보(萬人譜)』를 집필하던 경기도 안성시 서재를 재구성했다. 공간의 이름도 그의 연작시 『만인보』에서 따왔다.  
 
이 공간은 고은 시인의 방대한 기증품들로 채워져 있다. 집필 당시 사용한 서가와 책상(일명 ‘만인보 책상’), 『만인보』 육필원고가 있다. 인물 연구자료와 도서 3000여 권, 메모지는 물론이고, 고은 시인이 평소 사용하던 안경·모자·옷 등도 전시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은 시인 기증품은 모두 시인 측에 돌려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도서관 3층에 조성된 '만인의 방'은 곧 철거된다. 고은 시인의 성추문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임선영 기자

서울도서관 3층에 조성된 '만인의 방'은 곧 철거된다. 고은 시인의 성추문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임선영 기자

서울시는 지난 6일 고은 시인의 성추문이 불거진 직후 “당장 철거 계획은 없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고은 시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공간 재편 쪽에 무게를 두고 고심했다. 그러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고은 시인의 성폭력에 대한 추가 폭로가 나오면서 ‘전면 철거’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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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수개월간 공들여 준비한 공간이다. 그간의 고생을 생각하면 허탈하지만, 시민들이 보기에 납득이 안 가는 공간을 그대로 두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만인보』 30권에 해당하는 육필원고 수천장을 PDF 형식으로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 전달 기기)에 담아 이 공간에 전시하기도 했다. 
 
 27일 오후 서울도서관 직원들이 고은 시인을 기념한 공간에 가림막을 치고 있다. 임선영 기자

27일 오후 서울도서관 직원들이 고은 시인을 기념한 공간에 가림막을 치고 있다. 임선영 기자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2019년)을 기념해 2016년부터 이 공간을 기획해왔다고 한다. ‘만인의 방’에는 『만인보』 중에서 한용운·김구 등 항일 독립 운동가와 관련된 시들의 육필원고 원본이 전시돼 있었다. 
 
서울도서관 직원들이 고은 시인의 기념 공간 곳곳에 가림막을 치고 있다. 임선영 기자

서울도서관 직원들이 고은 시인의 기념 공간 곳곳에 가림막을 치고 있다. 임선영 기자

이날 가림막 설치 작업에는 서울도서관 직원 8명이 투입됐다. 전시장 곳곳을 가림막으로 가렸고, 벽면에 걸려있던 그의 육필 원고들도 떼어냈다. 고은 시인의 인터뷰 영상이 담긴 디지털 스크린과 육필원고 PDF가 담긴 키오스크의 전원도 껐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어떻게 새롭게 꾸밀지 고심 중이다. 3·1운동과 관련된 시인들과 작품을 기리거나 서울광장의 역사를 기념하는 공간 등 여러 안을 놓고 논의할 계획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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