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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영국 외교부, 북한 전담부서 독립된 국으로 격상

중앙일보 2018.02.27 02:01 종합 14면 지면보기
영국 외교부 청사.

영국 외교부 청사.

 영국 외교부가 북핵ㆍ미사일 위기 이후 북한을 담당하는 부서를 별도 국(局)으로 격상해 독립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장거리탄도미사일 사거리가 늘면서 북한이 영국에 직접적인 군사 위협이 되는 데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에 다가가면서 동북아 정세에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부상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중국 등 아시아와 자유무역 확대가 필요한 영국으로선 경제적으로도 북한 변수의 중요성이 커진 측면도 있다. 

  
 25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영국 외교부는 아시아ㆍ퍼시픽(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총국장 산하 퍼시픽국의 한 과(課)였던 북한 관련 부서를 지난해 말 확대 개편했다. 해당 과장을 국장급으로 올리고 인원을 10명 정도로 늘렸다. 지난해 말 개편에서 한국은 중국ㆍ일본ㆍ몽골 등과 ‘동북아국' 소속이 됐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전까지 북한은 한국ㆍ일본 등과 퍼시픽국 소속이었다. 북한을 떼어내 전담 부서를 만든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주영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 이후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온 데다 유엔에서 대북 제재결의안이 채택되면서 북한 관련 업무가 급증했다. 영국 외교부가 담당자를 충원하고 조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신설된 북한국은 여러 개의 과로 구성된 동북아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영국 정부가 북한 문제를 그만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개빈 윌리엄슨 국방장관은 지난해 12월 이브닝스탠더드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이 영국에도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북한의 공격 위협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과의 훈련을 위해 한반도 인근에 군함 두척을 파견한 사실을 공개했다. 윌리엄슨 장관은 테러리즘보다 러시아와 북한 등의 위협이 더 위험하다는 시각도 드러냈다. 지난 21일 의회 국방특별위원회에서 그는 북대서양에서 잠수함 활동을 늘리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러시아와 함께 북한과 중국을 이런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비공개 각료회의에서 “북한이 앞으로 1년에서 1년 6개월 안에 런던에 도달할 수 있는 핵탄두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때가 되면 우리는 그에 대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존슨 외무장관은 지난달 밴쿠버 외교장관 회의에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대단하지만, 북한과 김정은은 불법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대북 정책의 방점을 철저한 제재 이행에 찍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유엔 대북 제재를 충실하고 완전하게 이행하는 데 중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방문해 의장대를 사열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해 의장대를 사열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대북 제재를 강조하면서도 영국은 북한과의 외교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 2000년 북한과의 수교 방침을 발표한 영국은 2001년 북한 주재 대사관을 개설했다. 북한은 2003년 주영 대사관을 열었다. 미국 등의 요청으로 스페인이 북한 대사를 추방했지만 영국은 북한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선에 그쳤다.
  
 영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서 대북 외교의 목표를 ‘비판적 관여(critical engagement)’로 소개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확산 활동, 그리고 인권 문제에 대해 영국과 국제사회의 관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해놓았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브뤼셀자유대 한국석좌는 “북한이 핵 비확산체제에 위협이 되는 데다 유럽과 가까운 중동으로 핵기술과 대량파괴 무기를 판매하기 때문에 유럽은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유럽의 대북 정책인 비판적 관여는 대화ㆍ외교관계ㆍ대북지원이라는 ‘당근’과 제재라는 ‘채찍’을 병행하기 때문에 북한을 다루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런던 서부 주택가에 있는 주영 북한대사관 [연합뉴스]

런던 서부 주택가에 있는 주영 북한대사관 [연합뉴스]

 
 영국을 비롯한 EU 국가들은 중국과 인도의 부상을 예상하면서 무역과 투자를 중심에 둔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ㆍ아시아 중시정책)’ 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북한 위기가 고조되면 유럽의 이 같은 계획은 차질이 불가파히다. 폴커 슈탄첼 전 주중국 독일대사는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의 무력 충돌은 우리에게 경제적인 재앙에 가까울 것”이라며 “북한은 우리가 유지하기를 바라는 국제질서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 외교부의 이번 조치는 유럽 각국의 이같은 고민의 표출일 수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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