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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막는 단일법 제정"…전문가들이 내놓은 '미투' 응답은

중앙일보 2018.02.26 18:00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일반 관객들의 위드유(with you) 집회가 25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일반 관객들의 위드유(with you) 집회가 25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성희롱을 막는 단일법 제정 등 현행 제도를 보다 체계화하자." 

최근 법조계와 문화예술계, 종교계 등에서 퍼지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여성 전문가들의 응답이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투,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 토론회(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에서 이러한 주문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에선 현행 성희롱 관련 법제의 한계와 개편 방안, 성 불평등을 부추기는 문화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국회 토론회서 '미투' 운동 위한 제도 논의
성차별적 문화 바꿀 '혁명적' 흐름에 동의

"성희롱 관련 법 분산, 단일법 검토 필요"
가해자 형사처벌, 피해자 범위 확대 주장

제도 개선 외에 근본적 인식 변화도 요구
"말 못 할 정도로 성폭력 많아, 도움 필요"

참석자들은 우선 미투 운동이 지금까지 이어진 성차별적 문화를 개선하는 ’혁명적‘ 흐름이라는 데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은 가부장적 사회 구조의 거대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상희 의원은 “한국은 지금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많은 국민이함께 동참해주고 ’With You‘해주고있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초로 성희롱 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선영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성희롱 관련 법이 여러 개로 분산돼있어 피해자 구제, 피해 회복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직접 제재가 아닌 사업주 제재 방식이라는 점, 국가인권위를 통한 구제 방식, 성희롱 당사자 범위와 성희롱예방교육의 한계 등이 명확하다고 봤다.
 
따라서 박 선임연구위원은 “성희롱 예방과 금지, 피해자 보호에 대한 단일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 제정을 통해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 성희롱 당사자 범위의 확대, 사용자 책임의 확대(징벌적 손해배상 등), 성희롱 예방교육 강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2차 피해 금지 등), 사용자의 성희롱 방지 의무 확대 등을 명확하게 담자는 것이다. 그는 “성희롱 단일법이 제정되면 성희롱 예방과 피해자 피해 회복의 통일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투,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투,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른 토론자들도 이러한 주장에 대부분 공감했다. 박명희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성희롱 예방과 처벌, 피해자 보호에 대한 단일 법제화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별 법률로 나눠진 행정 제재를 어떻게 통일할지가 과제라고 봤다. 또한 국가인권위가 직접 제소ㆍ소송권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 검사는 “성희롱 개념에 대한 규정을 성별 위계 관계에 따른 성적 침해 행위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 성 평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여러 정책도 함께 입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책임연구원은 법과 제도 개선뿐 아니라 근본적 인식 변화도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투 운동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오랫동안 자신의 피해를 알린 당사자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알리려고 했던 수많은 운동과 사회적 공론화 속에서 만들어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와 회사, 사업주 등의 역고소 문제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에 대한 문제 제기가 피의자, 피고인으로 전환되는 현실에서 성희롱ㆍ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해체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 여성단체연합 회원이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흰 장미를 들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대구경북 여성단체연합 회원이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흰 장미를 들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이러한 목소리는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에게서도 똑같이 제기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관계자는 ”현재 성폭력은 교수ㆍ학생 관계인 교육계와 가부장적 아버지 문화가 작동하는 극단 문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벌어지고 있다“면서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력이 말도 못 할 정도로 너무 많다. 피해자들이 법의 사각지대로 남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보완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민경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성 평등 문화 정착이다. 앞으로 ’With You‘ 캠페인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면서 ”성희롱 법안이 논의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여성가족부도 적극 참여하도록하겠다“고 말했다. 
 
이수연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과 팀장은 ”인권위에는 아동ㆍ장애인 소위는 있지만 성차별 소위는 따로 없어서 아쉽다. 이번 국회에선 성희롱 사각지대를 포괄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됐으면 한다. 성희롱에 대한 규정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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