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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선택에 르노삼성과 한국GM의 운명 갈렸다"

중앙일보 2018.02.26 17:44
“독자 생존이 가능한 사업이 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비용 구조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CEO가 지난 6일(현지시각)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국GM을 두고 한 말이다.
 

신차 배정·정부 지원 협상의
열쇠가 될 한국GM 노·사관계

미국의 글로벌 기업 지엠(GM)이 오는 5월 한국 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하면서 전북도가 충격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21일 한국 GM 군산공장 근로자들이 공장밖으로 나오고 있다.김성태/2018.02.21.

미국의 글로벌 기업 지엠(GM)이 오는 5월 한국 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하면서 전북도가 충격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21일 한국 GM 군산공장 근로자들이 공장밖으로 나오고 있다.김성태/2018.02.21.

 
5년 전, 한국 자동차 공장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경영인이 한명 더 있었다. 제롬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이다. 2013년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을 방문한 그는 “그룹 소속 전체 공장을 평가한 결과 부산공장의 경쟁력은 중간 이하”라며 “효율성 개선이 없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라 CEO의 경고만큼이나 당시 그의 어조도 단호했다.
 
그때 르노삼성의 상황은 현재의 한국GM과 비교해 특별히 나을 게 없었다. 2010년만 해도 연간 27만대 넘게 생산하던 부산공장 생산량은 2013년 13만대 밑으로 떨어져 있었다. 생산성은 전 세계 르노그룹 공장 19개 중 13위까지 떨어졌고, 공장 직원 800명이 희망퇴직했다. 한국GM 직원들이 ‘GM 철수설’로 고통받는 것처럼, 당시 르노삼성 직원들 역시 회사가 곧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시달렸다. 한국GM과 같이 글로벌 본사에서 차를 배정받아 생산하는 입장이었고, 생산성이 그룹 내 다른 공장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지면서 공장 문을 닫고 철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 르노삼성]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 르노삼성]

 
그러나 르노삼성은 위기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찾았다. 위기를 계기로 노ㆍ사가 똘똘 뭉친 것이다. 물론 GM과 달리 르노 본사도 리바이벌 플랜을 통해 적극적으로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생산을 배정하며 부활을 도왔다. 그러나 미봉책에 머물 수 있었던 조치를 장기적인 대안으로 바꾼 결정적인 요소는 노ㆍ사의 협력이었다.
 
특히 르노삼성 노조는 회사가 극도로 어려워지자 2012~2013년 2년간 임금을 동결했다. 그리고 2015년엔 ▶통상임금 자율합의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호봉제 폐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노사 대타협에 합의했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을 넘긴 이후에도 위기가 준 교훈을 잊지 않았다. 르노삼성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단체 협상을 타결시켰고, 지난해에도 10월에 이미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또 부품 수급 지연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특근 요청에도 응하며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힘을 모았다. 회사는 노사 대타협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격려금 750만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에 부산공장은 3년 만에 르노그룹 공장 중 생산성 순위 1위에 올랐고, 생산성 개선은 로그의 물량 확대로 이어졌다.
르노삼성 노사 2017년 임금협상 조인식. [사진 르노삼성]

르노삼성 노사 2017년 임금협상 조인식. [사진 르노삼성]

 
반면 4년 연속 적자를 본 한국GM의 경우 여전히 노ㆍ사 모두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적자 기간 연 3~4% 임금이 인상됐고, 매년 1000만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았다.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의 ‘한국GM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GM의 급여ㆍ퇴직급여 지출은 2010년 1조991억원에서 2016년 1조5686억원으로 늘었다. 또한 한국GM 노조는 지난해 임금 외에도 3038억원 상당의 복리후생 혜택을 누렸다<중앙일보 2월 24일자 6면>. 물론 노조만의 잘못은 아니다. 사용자 측은 장기 발전 방안을 제시하라는 노조의 요청에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고, 대신 무리하게 성과급을 안겨주며 당장의 임금협상 타결에만 급급했다.
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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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인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르노삼성 노조의 경우 확실히 위기를 인식하고 타협을 통해 회생점을 찾았지만, 한국GM의 경우 아직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노ㆍ사협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보단 정부의 노력을 요구하고 강조하는 입장만 보여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한국GM 노조가 23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국GM 노조가 23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향후에도 노ㆍ사관계는 한국GM의 운명을 결정지을 열쇠가 될 전망이다. 물론 노조의 무조건적 희생을 요구할 순 없으며, GM 본사의 태도 전환과 회생 방안 제시, 신규 투자, 정부와 GM의 협상 등도 중요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ㆍ사 관계가 이 모든 작업의 출발점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다음 달 초로 예정된 글로벌 신차 배정에서 노조의 협조를 통해 ‘투자 타당성’을 개선해야 경쟁력 있는 신차를 받을 수 있다. ‘안 팔리는 차’를 배정해도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를 대면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또한 노조의 강경한 태도는 정부ㆍGM 간 협상 테이블에서 GM이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 상황만 보면 장기적인 고용 안정과 미래를 택한 르노삼성 노조와 당장의 임금과 혜택만 생각한 한국GM 노조의 운명이 엇갈린 건 당연해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노조의 대승적인 협조를 통해 명분을 확보해야만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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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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