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분석] 푸틴 능가한 시진핑..,마오쩌둥의 길 가나

중앙일보 2018.02.26 16:19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찾은 건 2013년 3월 22일이었다. 집권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그는 러시아를 골랐다. 더구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에 선출된지 불과 8일만의 파격적 조기방문이었다. 평소 늘 굳은 표정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날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따바리쉬!” 그는 시 주석 연령대의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동지’란 뜻의 러시아어로 국빈을 맞았다. 시 주석은 “우리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시진핑 사진을 크게 편집한 지난해 10월 26일자 인민일보 1면과 5년전, 10년 전 후진타오 주석 시기 당 대회 폐막 다음날 인민일보 1면 [중앙포토]

시진핑 사진을 크게 편집한 지난해 10월 26일자 인민일보 1면과 5년전, 10년 전 후진타오 주석 시기 당 대회 폐막 다음날 인민일보 1면 [중앙포토]

 

취임직후 푸틴 만나 "닮은 점 많다"
5년만에 개헌통해 집권연장 현실로
이론적으론 종신집권도 가능

과연 시 주석은 무엇을 염두에 두고 ‘비슷한 점’을 언급했을까. 역사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장리판(章立凡)은 이를 예사롭게 듣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가 말한 비슷한 점에는 (정해진 임기가 다한 뒤에도) 물러나지 않거나, 물러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권력을 놓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포함된다고 봤다. 앞으로 남은 5년간 완전한 권력 장악에 성공한다면 그는 은퇴하지 않을 것이다. 총서기 임기를 연장하거나 종신제로 바꾸든, 아니면 주석제를 도입하든 방법은 여러 가지다.”(중앙SUNDAY 2017년 9월 17일자)
 
그로부터 5년, 시 주석이 푸틴의 뒤를 따라 집권연장의 길을 갈 것이란 예감은 현실이 됐다. 당 중앙위원회는 25일 헌법개정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을 철폐할 것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건의했다. 형식은 건의지만 실제로는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될 전인대에서 이같은 내용의 헌법개정안이 통과될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제19차 공산당 대회에서 지난 5년간의 성과보고를 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베이징=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제19차 공산당 대회에서 지난 5년간의 성과보고를 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베이징=연합뉴스]

중국의 최고 지도자는 세가지 직책을 겸임한다.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 그리고 국가주석직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나머지 두 직책은 임기가 없고 국가주석직만 임기 규정이 있다. 1982년 제정돼 몇차례 부분 수정된 현행 헌법 79조 3항의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부주석의 임기는 전인대 임기와 같고, 연임은 2기를 넘을 수 없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전인대는 5년마다 교체된다. 따라서 국가주석은 5년에 2기 연임, 즉 10년이 임기다. 그런데 개헌을 통해 ‘연임은 2기를 넘을 수 없다’는 부분을 삭제한다는 것이다.  
 
사실 시 주석이 집권연장을 추진할 것이란 예상은 오래전부터 퍼져왔다. 이는 집권 1년차부터 반부패 드라이브를 통해 강력한 1인권력을 구축해 왔고, ‘핵심' 호칭 부여, ‘시진핑 사상’의 당장 명기 등 당내 권위를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은 지난해 11월 제19차 당대회에서 차기 주자 후보를 아무도 상무위원에 발탁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굳어졌다.
지난해 10월 모습을 드러낸 시진핑 주석 집권 2기의 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모습을 드러낸 시진핑 주석 집권 2기의 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주석에게는 헌법 개정 이외의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 그의 권력이 당(총서기)과 군(군사위 주석)에서 나오는 것이지 국가수반으로서의 지위(국가주석)에서 나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부총리직을 내놓고 군사위 주석 자리만으로 최고 실권자로서의 힘과 권위를 유지했다. 장쩌민(江澤民)도 2002년 국가주석과 총서기 직을 내놓고도 군사위 주석은 2년간 더 유지하다 후진타오(胡錦濤) 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시 주석은 개헌을 통해 2023년 이후에도 국가주석 자리를 지키는 방안을 선택했다. 실권자 따로, 국가수반 따로인 옛날 방식이 개방ㆍ현대화의 큰 방향과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 시 주석이 의법치국(依法治國)을 남달리 강조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중국 매체들이 “시대 조류에 맞는 정확하고 이성적 선택”이라고 찬양 일색인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시 주석은 ‘롤 모델’이던 푸틴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푸틴은 집권 연장을 위해 총리와 직무를 맞바꾸며 실권을 유지하는 편법을 사용했지만 시 주석은 헌법 개정으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론적으로는 종신집권도 가능하다. 이제 남은 관심은 딱한가지, 그가 과연 마오쩌둥(毛澤東)의 길을 갈 지 여부다. 시 주석 본인만 답할 수 있는 물음이다. 개인의 의지로만 될 일도 아니다. 중국 혁명을 성공시키고 나라를 세운 마오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를 쌓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뤄야 한다. 정치분석가 장리판은 “이론적으로는 (37년 집권했던 짐바브웨 독재자) 무가베보다 더 오래 갈 수 있겠지만, 장차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