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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지목된 천주교인권위 간부, 경찰 수사 착수…SNS에 사과

중앙일보 2018.02.26 14:32
천주교인권위원회 간부가 4년 전 여성 활동가를 성추행했다는 폭로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26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 중으로 아직 입건단계는 아니다. 추후 관련자들과 접촉해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한 뒤 법리검토 등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여성활동가 B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지난 2014년 천주교인권위 간부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자신에게 사과했지만 주변에는 "(성추행 행위가) 합의된 것이었다"고 이야기해 2차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경찰은 B씨가 올린 SNS 글을 통해 사건을 인지, 내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친고죄가 폐지됐기 때문에 B씨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가 가능하다.
  
A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 [페이스북 캡쳐]

A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 [페이스북 캡쳐]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인권소위원회에서 독립해 발족한 시민인권단체로 인혁당 사건, 제주 해군기지 저지 운동, 용산 참사 등 인권 문제에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A씨는 서울시 인권위원회와 경찰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A씨는 26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제 잘못된 언행에 대한 사과문에 저의 활동과 관련한 모든 이들의 의견을 들어 그 결과를 공개하기로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 몸담았던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제 사안에 대해 여러 차례 회의를 개최해 진지한 논의를 했고 …그 결과 지난 2월 22일 정직 6개월과 교육 프로그램 이수라는 징계를 결정했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잘못한 일들과 그 잘못들을 더 빨리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불찰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이 반성의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모든 분께 고개 숙여 사죄를 드리며 성찰의 시간을 충실히 보내겠습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행동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A씨는 지난 2003년 7월 인터넷 매체에 쓴 '당신은 피해자였나, 방관자였나 - 군대 내 성폭력, 이제는 말해야 한다'는 글을 통해 "우리 스스로 입을 여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내 일이 아니라고 입을 닫았다면, 당했어도 '말해봤자'라고 고민했다면 이제는 말해보자. 나는 피해자였나, 아니면 방관자였나?"고 지적하는 등 성폭력 관련 인권활동에도 앞장서왔다.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의 한 성당의 문이 굳게 닫혔다. 이 성당은 미투 운동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천주교 수원교구 한 모 신부가 최근까지 주임신부를 지냈다. 김민욱 기자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의 한 성당의 문이 굳게 닫혔다. 이 성당은 미투 운동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천주교 수원교구 한 모 신부가 최근까지 주임신부를 지냈다. 김민욱 기자

 
한편 7년 전 해외선교 활동에서 유명 신부가 자원봉사자를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로 천주교 내 성추행이 사회적 논란이 됐다. 수원교구 한 여성 신도는 지난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의 선교활동에 함께 간 한모 신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고 폭로했다.
 
수원교구는 한 신부의 추행사실을 확인하고 주임 신부 직책을 박탈했다. 폭로가 나온 지 이틀 뒤인 지난 25일 이용훈 수원 교구장은 신도들에게 교구 차원 공식 사죄 서한인 '수원 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통해 사제단을 잘 이끌지 못한 부덕의 소치로 이번 사태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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