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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복원→북미 대화→제재···'2005년 닮은꼴' 2018

중앙일보 2018.02.26 12:01
북핵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의 평화분위기를 좌우하는 변수로 다시 등장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북핵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림픽 폐회식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은 선박 28척, 해운ㆍ무역회사 27개, 대만 무역회사대표 1명 등을 대북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정말로 우리(북한)과 거칠게 맞설 담력이 있다면 굳이 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 어떤 봉쇄도 우리에 대한 전쟁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10일 강원 평창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간에 예정됐던 접촉이 무산된 뒤 미국 내에서 탐색적 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제재를 둘러싸고 양측의 공방에 다시 불이 붙은 형국이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일각에선 요즘 한반도 정세가 2005년 하반기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남북관계 개선→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제재로 인한 공방으로 공전이라는 점에서다. 또 미 국무부의 대북 대화 즉시 재무부가 제재에 나섰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을 평양에 특사로 보내 전력 200만㎾를 제공하는 ‘대담한 제안’을 한 뒤, 북한을 6자회담에 불러냈다. 그해 9월 19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6자(남북, 미ㆍ중ㆍ러ㆍ일) 회담에서 참가국들은 북한 비핵화와 북미 신뢰구축을 골자로 한 9ㆍ19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하루 뒤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불법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으로 방코델타이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 2400만 달러를 동결했다. 북한은 반발했고, 한동안 9ㆍ19공동성명 이행이 아닌 동결된 BDA 자금을 해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북미대화 진입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복원조짐을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를 이용해 북한과 미국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5일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면담에서 북미 접촉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영철도 북미 대화를 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외무성에서 북핵협상을 담당하는 최강일 부국장을 대동했다. 미국 역시 북한과 탐색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미 국무부 14일)을 밝혔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단장을 맡은 올림픽 폐막식 대표단에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을 포함시켜 북미접촉의 기대를 높였다.
 
북한이 미국의 추가제재에 반발하고 있지만 북핵문제 진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재무부의 제재 이후 김영철이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북한도 무작정 대화를 뿌리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화가 이뤄졌을 경우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하고, 제재를 풀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 동결을 할 수 있다는 입장(지난해 5월 최선희)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먼저 요구하고 있다. 아직은 간극이 큰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겉으로는 핵무기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조건부 동결까지 입장을 밝힌건 진전된 것”이라며 “테이블에 앉아 협상을 통해 양측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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