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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단속 잡히자 투신 사망…法 “1억6000만원 배상”

중앙일보 2018.02.26 08:58
[연합뉴스]

[연합뉴스]

경찰의 성매매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추락해 사망한 여성의 자녀에게 정부가 약 1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김영학 부장판사)는 A(여·사망 당시 24세)씨의 자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5일 밝혔다.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남성 경찰관 6명은 지난 2014년 11월 성매매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한 모텔에서 티켓다방에 전화해 성매매 여성을 요청했다. A씨는 모텔에 도착해 돈을 받은 후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에 들어갔다.  
 
이후 밖에서 대기하던 4명의 경찰관이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은 채로 숨은 A씨에게 단속사유를 고지하고 임의동행을 요청했다. A씨가 옷을 입을 시간을 달라고 하자 경찰관들은 방 밖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방에서 인기척이 나지 않자 경찰관들이 들어가 보니A씨는 창문을 통해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경찰들이 달려갔지만 A씨는 6층 창밖으로 추락했고 다음 날 새벽 사망했다.  
 
재판부는 “성매매를 단속할 때는 여성의 신체 등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 경찰관이 함께 출동해야 한다”며 “또 피의자는 불안감으로 자살·자해 등 돌발 행동을 할 수 있어 경찰은 피의자의 행동을 세심히 감시해 우발적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당시 남성 경찰관들만 단속에 임했다”며 “피의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단속이 이뤄진 장소의 구조 등 위험 요소를 미리 검토해야 하는데도 이런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사고는 A씨가 경찰관의 주의를 돌린 후 창문으로 도망치려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에 A씨 스스로 초래한 면이 크다”며 정부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사망 당시 25세였던 A씨가 60세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 소득 3억8064만원의 30%인 1억1419만원과 위자료 4500만원 등 총 1억5919만원을 A씨의 자녀에게 지급하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대법원은 A씨의 아버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확정했다.  
 
A씨의 아버지는 경찰이 안전조치도 없이 무리하게 함정수사를 벌여 딸이 숨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경찰이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A씨의 돌발행동을 막지 못한 과실이 일부 인정된다”며 청구금액 중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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