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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없는 게 문제" 외신 호평…평창올림픽이 던진 메시지는

중앙일보 2018.02.26 06:00
화려한 폐회식 장면. [연합뉴스]

화려한 폐회식 장면. [연합뉴스]

 
지난 9일 점화돼 17일간 뜨겁게 타올랐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가 꺼졌다. 19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은 이전 대회들과 비교해봐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뤠잇' 평창올림픽이 던진 메시지 
 
"평창 올림픽의 문제는 '문제가 없다는 것' (The problem with Pyeongchang is...there aren't any problem)"는 외신 보도(캐나다 토론토 스타)에서 볼 수 있듯 평창올림픽은 운영 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입장권 판매가 목표치(106만8000장)를 넘어서면서 우려했던 흥행에도 성공했다. 강추위·노로 바이러스 등 돌발 변수도 철저한 사후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조심스럽지만 흑자 올림픽을 예상하기도 한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평창에서의 인상적인 기억은 온종일 말해도 부족하다"고 극찬했다.
 

평창 성공의 주역 '1020 자원봉사자'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신임 IOC 위원으로 선출된 핀란드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엠마 테르호와 미국 여자 크로스컨트리 선수 키컨 랜들이 자원봉사자 대표들과 셀피를 촬영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신임 IOC 위원으로 선출된 핀란드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엠마 테르호와 미국 여자 크로스컨트리 선수 키컨 랜들이 자원봉사자 대표들과 셀피를 촬영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이 같은 칭찬의 배경에는 1만6000여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있다.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의 80% 이상이 1020세대다. 외국 취재진과 선수단, 관광객들은 이들의 미소와 친절을 이번 대회의 첫 번째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바흐 위원장은 폐회식에서 한국어로 "자원봉사자 여러분 헌신에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자원봉사자로도 활동했던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세대 화합이 자원봉사의 성공 키워드"라고 꼽았다. 김 교수는 "평창올림픽에는 자원봉사자의 주축을 이룬 1020세대는 물론, 1988년 서울올림픽 자원봉사 경험이 있는 5060세대의 참여도 많았다. 1020세대의 젊음과 5060세대의 경험이 한데 어우러져 자원봉사의 질적인 수준이 높았다"며 "이들은 과거처럼 투철한 사명감만으로 희생을 감수한 게 아니다. 올림피언의 한 사람으로서 세계인의 축제를 함께 즐겼다. 대회 후반이 되면서 이들의 표정이 더 밝아졌고, 선수나 관람객에게 그대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선수들 입장 때 흥을 돋우며 춤을 추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선수들 입장 때 흥을 돋우며 춤을 추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자원봉사자 취재팀 편집장을 맡은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는 "교통 문제, 추위 등 불편이 있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새벽 6시 평창 올림픽플라자를 지나는데, 추운 날씨 속에서도 여대생 2명이 손을 호호 불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020세대는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 젊은이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 자원봉사자 대학생이 개회식을 보며 '우리나라가 변방이 아닌 세계의 중심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하더라. 외국어에 능통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젊은 세대가 올림픽 성공의 주역"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단일팀, 화해·평화 무드 조성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평창올림픽은 '평화 올림픽'으로도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대회 개막 직전 북한 선수 46명이 IOC 등으로부터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받으면서 올림픽에 극적으로 참가했다. 또한 국제대회 개막식 남북 공동입장이 11년 만에 성사됐다. 개회식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자리에 함께 했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 결성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비록 5전 전패로 대회를 마쳤지만, 감동을 전하기에는 충분했다.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우여곡절 끝에 단일팀이 탄생했지만, 남과 북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고 웃음 짓고 경기를 뛰면서, 그 상징성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줬다"며 "단순히 만나기만 한다고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이뤄진 단일팀이 당장 큰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징이 실질로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1차전경기가 10일 오후 관동대 하키장에서 열렸다. 문재인대통령 이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r김여정이 공동관람을 마친 뒤 선수들을 격려했다. 오종택 기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1차전경기가 10일 오후 관동대 하키장에서 열렸다. 문재인대통령 이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r김여정이 공동관람을 마친 뒤 선수들을 격려했다. 오종택 기자

 
박진경 가톨릭관동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게 올림픽 붐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남북 단일팀과 북한 응원단 역시 관심을 끌 만했다"며 "평화 올림픽이 이번 대회의 유산(legacy)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조속한 북미 대화가 필요하다. 만일 어렵게 조성된 남북 화해 무드가 다시 깨진다면 정쟁과 세대 갈등으로 인한 사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그레이드 코리아'로 가는 길
 
이번 올림픽에선 불공정·갑질·차별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이 한국 사회에 던져준 과제이기도 하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선수들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대회 개막 직전에는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홀대 논란이 불거져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박영선 의원(왼쪽)이 16일 스켈레톤 윤성빈(가운데)의 금메달 현장에 출입카드 없이 입장한 것에 대한 특혜 문제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박 의원이 도종환 문체부장관과 함께 나란히 서서 엄지척을 하고 있다. 평창=오종택 기자

박영선 의원(왼쪽)이 16일 스켈레톤 윤성빈(가운데)의 금메달 현장에 출입카드 없이 입장한 것에 대한 특혜 문제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박 의원이 도종환 문체부장관과 함께 나란히 서서 엄지척을 하고 있다. 평창=오종택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을 축하한다며 IOC의 초청 게스트(Distinguished Guest Pass)로 피니시 라인에 들어갔다가 국민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애덤 팽길리(영국) IOC 선수위원 등은 자원봉사자에 대한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팀 추월 선수들은 '왕따·특혜' 논란으로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리더를 바라보는 눈높이와 요구하는 기준이 달라졌는데, 리더나 기성세대의 시민성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앞으로도 한국 사회에서 두고두고 반복될 문제"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김보름이 24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하고 큰절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 김보름이 24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하고 큰절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정효 영국 카디프 메트로폴리탄대 방문교수(체육철학 박사)는 "올림픽을 통해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단일팀 문제만 봐도 절차적 정당성의 부재는 논란을 불러온다. 아무리 결과나 명분이 좋아도 과정이 정당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낀다. 다른 일련의 문제도 그 연장선에 있다"며 "어른의 잘못을 젊은 세대가 지적한다는 것은 대견한 일이다. 또 문제가 됐을 때 즉각 사과하는 것도 한국 사회가 성숙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유상건 교수는 "우리 사회가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 최근 불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이나 평창올림픽에서 나왔던 일련의 논란, 그리고 그 수습 과정에서 알 수 있다. 과거부터 뿌리 깊게 자리 잡았던 그릇된 인식이나 관습 등이 대전환기에 들어서면서 노출되고 옳은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며 "이번 올림픽은 '업그레이드 코리아'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햄버거 먹고 싶어요" 달라진 1020세대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5개를 포함해 모두 17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 순위 7위에 올랐다. 그동안 괄시받던 비인기 종목에서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은메달을 딴 여자 컬링은 국민유행어 '영∼미'를 탄생시켰다. 스켈레톤 윤성빈(금)은 썰매 최초, 스노보드 이상호(은)는 설상 최초 메달을 땄다. 메달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달라졌다. 메달이 얻지 못해도 값진 도전에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25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김은정(왼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가 시상대에 손을 잡고 오올라가며 인사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5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김은정(왼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가 시상대에 손을 잡고 오올라가며 인사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김정효 박사는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임효준은 수상 소감으로 '햄버거 한 개를 먹고 싶다'고 했다.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1020세대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이유를 보면, 국가와 민족이라는 대의보다 개인의 성취가 더 중요해졌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명승부를 펼친 이상화와 일본 고다이라 나오가 서로를 격려한 감동적인 장면도 민족주의를 앞세운 시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선수들은 올림픽이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개인의 신체적 탁월성의 경쟁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번에 컬링이 대표적인 경우다. 컬링에 국민이 열광한 건 '도장 깨기' '영~미' '안경 선배' 등 계속 쏟아진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이데올로기적 거대 담론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상화가 레이스를 마친 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서로를 축하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상화가 레이스를 마친 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서로를 축하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박진경 교수는 "한국 사회는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동안 취약점을 메워가는 과정을 거쳤고,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 발전된 문화와 기술을 세계에 알렸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스포츠의 취약점이었던 겨울스포츠도 이번 올림픽이 발전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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