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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한 수원교구, 뒤로는 “3일만 지나면 잠잠해진다”

중앙일보 2018.02.26 05:39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한 모 신부의 남수단 선교 봉사 활동 당시 사진(왼쪽), 한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던 수원의 한 성당. [중앙포토, KBS, 김민욱 기자]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한 모 신부의 남수단 선교 봉사 활동 당시 사진(왼쪽), 한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던 수원의 한 성당. [중앙포토, KBS, 김민욱 기자]

천주교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한 신자의 폭로 후 해당 신부가 속한 교구가 신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사죄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성당의 신도들에게는 “사흘 정도만 보도가 거리가 없으면 잠잠해질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 여성 신자는 수원교구의 한모 신부가 7년 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 활동 당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최근 언론을 통해 폭로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25일 교구장인 이용훈 주교 명의의 ‘수원 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 주교는 서한에서 “교구장으로서 사제단을 잘 이끌지 못한 부덕의 소치로 이러한 사태가 벌어져 그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피해 자매님과 가족들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많은 여성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고발함으로써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부도덕한 행위가 밝혀지고 있는데 이러한 그릇된 행위는 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릇된 것들을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어 “교구는 여성 인권과 품위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그에 걸맞은 합당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모든 사제가 이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며 올바른 사제 상을 재정립하고 사제단의 쇄신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던 수원의 한 성당이 25일 굳게 닫혀 있다. 김민욱 기자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던 수원의 한 성당이 25일 굳게 닫혀 있다. 김민욱 기자

그러나 한 신부가 주임을 맡았던 수원의 한 성당은 이날 미사가 있는 주일임에도 “본당 사정으로 인해 2월 25일부터 3월 2일까지 미사가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출입문에 붙여놓고 문을 닫았다.  
 
KBS에 따르면 24일에는 “오늘부터 3일간 성당에 미사가 없고 일체 출입을 금지한다. 특히 내일은 성당에 오지 않기를 부탁하신다”는 내용이 긴급 공지 문자가 평신도들에게 발송됐다.
 
[사진 KBS]

[사진 KBS]

문자에는 “3일 정도만 보도거리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이슈가 사라져 잠잠해진다니 따라주셨으면 한다”며 “언론의 왜곡 및 증폭 보도를 막기 위한 결정이다. 언론에서는 어떻게든 영상을 찍고 인터뷰를 하려 혈안이 되어있고 어느 한 방송사에서만이라도 영상이나 인터뷰를 따가면 확대, 왜곡, 증폭 보도가 가능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례적으로 미사를 취소하고 평신도들의 출입까지 막았지만 수원교구 측은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본당 사목회에서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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