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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속도 경쟁 막 내리고 '카메라 전쟁'

중앙일보 2018.02.26 05:00
 
갤럭시 S9은 3D 아바타와 AR 이모지 기능을 통해 자신을 개성있게 드러내고 싶어하는 요즘 소비자들을 노리고 있다. [사진 삼성]

갤럭시 S9은 3D 아바타와 AR 이모지 기능을 통해 자신을 개성있게 드러내고 싶어하는 요즘 소비자들을 노리고 있다. [사진 삼성]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 첫날부터 드러난 가장 굵직한 트렌드는 단연 카메라의 혁신이다. 세계 최대 모바일 관련 업체의 회의이자 전시회로 자리매김한 MWC는 미래를 선도할 기술과 기기를 선보이고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25일 오후 6시 MWC 참여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베일을 벗은 삼성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 S9, 그 혁신의 중심엔 카메라가 있다. ‘The Camera. Reimagined(카메라, 다시 상상하다)’라는 모토부터 이를 명확히 했다. 초당 960프레임까지 담는 슬로모션 기술에 스마트폰 최초로 조리개를 장착한 듀얼카메라로 스마트폰 카메라의 한계를 뛰어넘어 DSLR 수준을 넘보고 있다. 3D 아바타와 AR(증강현실) 이미지 기능도 추가해 사용자가 자기 자신의 사진으로 캐릭터를 구현할 수 있게 했다.
갤럭시 S9에 처음으로 추가된 슬로모션 기능. [사진 삼성]

갤럭시 S9에 처음으로 추가된 슬로모션 기능. [사진 삼성]

 
갤럭시 S9은 스마트폰 최초로 조리개 기능을 도입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심도 깊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다. [사진 삼성]

갤럭시 S9은 스마트폰 최초로 조리개 기능을 도입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심도 깊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다. [사진 삼성]

카메라에 방점을 찍은 건 삼성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LG 역시 카메라에 가장 공을 들였다.
 
이번 행사에서 LG는 신제품 대신 지난해 9월 출시된 V30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LG V30S 씽큐(ThingQ)’을 내놨다. 다른 기능보다 카메라에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발전시켜온 LG의 AI 기술 씽큐를 카메라 기능에 집약시켰다.
LG전자는 카메라에 인공지능을 입힌 스마트폰 V30 씽큐를 내놨다. 카메라 기능을 강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진 LG전자]

LG전자는 카메라에 인공지능을 입힌 스마트폰 V30 씽큐를 내놨다. 카메라 기능을 강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진 LG전자]

 
우선 사진을 찍을 때 AI가 화각ㆍ색감ㆍ반사광ㆍ역광 등을 고려해 최적의 촬영 모드를 추천해 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브라이트 카메라’ 기능은 AI를 이용해 촬영 환경이 얼마나 어두운지를 분석해 기존보다 최대 2배까지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준다. LG 황정환 부사장은 “고객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능에 AI 기술을 접목했다”고 밝혔다.
 
소니도 최고급 화질의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Z2와 XZ 컴팩트를 MWC에서 공개했다. 엑스페리아 XZ 프로는 5.7인치 HDR 풀 HD+ 디스플레이에 초당 960 프레임의 슈퍼 슬로우 모션 레코딩이 가능한 카메라를 활용했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셀카족’이 바꿔놓은 스마트폰 사용 트렌드를 시장 선도기업들이 적극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카메라 스펙이 소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 리서치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는 “스마트폰 만족도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카메라 성능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삼성의 갤럭시 S9 언팩 행사 프레젠테이션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했던 말이 ‘셀프 익스프레션(Self Expression)’이었다. 고동진 부사장은 프레젠테이션 서두부터 “소셜 미디어에 자기 표현에 능한 세대를 위한 기능을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X는 상단부에 센서를 몰아넣는 M자형 ‘톱 노치’ 디자인이 혹평을 받았지만 여전히 구매가 크게 줄지 않은 것도 카메라 기술력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다. 듀얼 카메라 센서로 작동하는 아이폰X는 생생한 색을 강조하는 풍경뿐 아니라 낮은 조도 속에서 찍는 인물 사진에도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아이폰은 디자인이나 처리속도보다 카메라의 기능을 강조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해왔다.
아이폰은 사진에 특화시킨 광고로 최고급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아이폰 광고 영상 캡처]

아이폰은 사진에 특화시킨 광고로 최고급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아이폰 광고 영상 캡처]

 
메모리ㆍ램 등 스마트폰의 처리속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상대적으로 신뢰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최근 몇 년 새 스마트폰 브랜드의 고사양 경쟁이 가속화됐지만, 여러 테크 전문 매체의 비교 결과에 따르면 메모리ㆍ램 스펙이 더 좋은 모델을 쓴다고 해서 스마트폰 성능 자체가 나아진다는 확고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스마트폰 반도체 세계 1위 업체인 퀄컴 팀 맥도너우 전 부사장은 미국 IT 매체 트러스티드리뷰와의 인터뷰에서 “CPU 스펙만 보고 스마트폰을 고르는 건 타이어를 보고 차를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스펙만 보고 성능을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오포ㆍ비보 등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이 2016년부터 중국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한 것이 카메라에 차별성이 있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성비의 영향도 있었지만 중국 ‘셀카족’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2016년 출시된 중국 오포 R9은 ‘셀카 특화 전략’으로 시장에 나섰다. 1300만 화소의 후면카메라보다 훨씬 높은 1600만 화소를 전면 카메라에 적용했다. 당시 중국 시장에서 오포의 경쟁 모델이었던 삼성 갤럭시 S7이 후면 1200만 화소, 전면 500만 화소를 지원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중국 최대 뉴스·동영상 플랫폼 진르토우티아오가 발표한 2016 스마트폰 사용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이 휴대전화를 구매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한 것은 카메라 해상도(53.2%)였다. 램(48.6%), 메모리(37.5%)보다 높았다.
 
바르셀로나=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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