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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영철 방남 수용했다면 비핵화 북·미 대화 성사시켜라

중앙일보 2018.02.26 01:33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 행사 참석차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북·미 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에서 1시간가량 8명의 북한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비핵화’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도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김영철 북한 고위급 대표단 간의 접촉 가능성이 주목된다. 폐회식에 온 미·북 대표단엔 양국 접촉을 고려한 인사가 포진해 있다. 미국은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을 뒤늦게 대표단에 합류시켰고, 북한 또한 이례적으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인 최강일을 포함시켰다. 폐막식에서의 이방카-김영철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북·미 실무 접촉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인사가 올리브 가지를 들고 올림픽 무대에 선 데 대해 국내에선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방남길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시위로 통일대교가 막히자 ‘샛길’을 이용해야 했다. 폐막식에선 우리 선수단이 한반도기 대신 태극기를 들었다. 항의 시위를 막기 위해서인지 문 대통령-김영철 만남 장소는 철저하게 가려졌다. 정부가 김영철 방남을 수용한 건 어떻게든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이제 잔치는 막을 내렸다. 비핵화 물꼬를 트기 위한 시간도 노루 꼬리처럼 짧아졌다. 정부는 더 강하게 북한을 압박해 북·미 대화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북한도 ‘핵 있는 평화’란 허튼 꿈에서 벗어나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의 대화에 성실하게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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