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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윤호진·배병우 … 성난 시민들 관람 보이콧 조짐

중앙일보 2018.02.26 01:08 종합 8면 지면보기
“예술가는 어디 가고, 추악한 성범죄자 무대 위에 서 있는가!”
 

“성범죄자 무대 위에서 떠나라”
SNS로 모인 500명 대학로 집회

조재현·조민기 드라마 연기·하차
윤호진·한명구 뮤지컬·연극 취소
배병우 창작스튜디오 폐쇄 결정

2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는 문화예술계의 ‘미투(#MeToo) 운동’을 지지하는 일반시민 500여 명(경찰 추산 300명)이 모였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으며 자발적으로 집회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성범죄자는 관객 박수를 받을 자격이 없다” “성범죄자 무대 위에서 퇴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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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에서 온 임모(32·여)씨는 “원래 공연을 많이 봤는데 성폭력 범죄자의 공연을 거르다 보니 정말 볼 게 없어졌다. 오늘 밤 공연 예매한 것을 마지막으로 이제 공연 관람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미투’ 파문에 문화계가 휘청이고 있다. 성범죄 가해자와 연관된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제작사 등 관련 기관·단체들도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배우 조재현씨가 출연 중인 tvN 드라마 ‘크로스’는 조씨의 조기 하차를 위해 대본을 수정 중이고, 조민기씨가 캐스팅됐던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은 배우를 바꿔 다시 촬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조재현씨의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 사직 처리에 착수했다.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의 신작 연극 ‘모래시계’는 당초 다음달 15일부터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무대에 설 계획이었지만 현재 공연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모래시계’ 공연을 창작산실 사업의 하나로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성추행 사실관계 확인 이후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6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예정인 뮤지컬 ‘명성황후’ 역시 제작사 에이콤인터내셔날 윤호진 대표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면서 개막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5일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현재 대관료를 완납한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제작사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에 대한 ‘미투’에서 촉발된 문화예술인의 성범죄 폭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하는 추세다. 논란 당사자들의 사과와 활동 중단 선언도 줄줄이 이어졌다. 24일에는 연출가 오태석·이윤택씨가 예술감독을 지낸 국립극단이 “연극계 성폭력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재현씨도 이날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30년 가까이 연기 생활하며 동료·스태프·후배들에게 죄스러운 말과 행동을 많이 했다. 모든 걸 내려놓겠다”며 사과했다.
 
새로운 폭로도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소나무 시리즈’로 유명한 사진작가 배병우씨가 서울예대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씨는 25일 사과문을 발표해 “철저히 반성하며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전남 순천시는 순천 문화의거리에 있는 배병우 창작스튜디오를 폐쇄하기로 했다.
 
연극배우이자 서울예대 교수인 한명구씨의 성추행 사실도 23일 불거져 나왔다. 한씨 역시 25일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의 의미로 교수직을 사퇴하고 예정된 모든 공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서울예대 측은 “오태석·한명구 교수가 맡았던 5개 강의의 담당 교수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뮤지컬 제작자 윤호진씨는 아직 실명으로 성추행을 고발한 미투가 없었음에도 24일 자진 사과문을 발표했다. 윤씨에 대한 성추문은 소문 수준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 중이었다. 윤씨는 “저로 인해 피해를 당하신 분의 소식을 들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28일로 예정됐던 신작 뮤지컬 제작발표회를 취소했다.
 
문화계 미투에 대해 잠잠하다는 비판을 들었던 여성계도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6일 오후 서울 종각역 마이크임팩트 라운지에서 ‘미투 운동 긴급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의 부제는 “우리는 아직도 외친다. 이게 나라냐!”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27일 서울 중구 진흥원 대교육장에서 포럼을 열어 미투 운동의 의미와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지영·최규진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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