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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국GM 문제, 산업부가 해결할 수 있나

중앙일보 2018.02.26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박진석 경제부 기자

박진석 경제부 기자

아무리 봐도 이상한 그림이다. 구조조정과 별 인연이 없던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GM 사태 처리의 주무 부처로 지정돼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 그렇다. 예고되긴 했다. 지난 연말 발표된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추진방향’의 핵심은 “산업적 측면과 금융 논리를 균형 있게 반영하겠다”는 것이었다. “(기존 금융위원회의) 금융 논리 중심 구조조정에서는 산업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금융 중심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은 분명 있었다. 금융은 숫자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는 속성상 융통성이 없다. ‘숫자 신봉 주의’는 한진해운 청산 때 비판받았다. 하지만 적어도 ‘정량 평가’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기반을 둔다.
 
반면 산업 중심 구조조정은 ‘정성 평가’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심하게 말하면 객관적 기준이 없다. 정치적 결론 도출로 이어지기 쉽다. 새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사실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GM 사태 처리를 산업부에 맡겼을 때도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산업부는 산업 진흥이 부처의 존재 이유다. 그동안의 구조조정 사안에서도 업계 쪽 대변자 역할을 맡아왔다. 구조조정 주무 부처가 된다고 해서 스탠스가 일거에 바뀔 가능성은 작다.
 
최근까지 구조조정 주무 부처였던 금융위는 그동안 굵직굵직한 구조조정 사안들을 처리하면서 역량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하지만 산업부에 구조조정 노하우란 게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상 결정권한도 없다. GM이 지난달 내놓았던 4대 요구 사항 중 산업부 소관 사안은 외국인투자기업 지정을 통한 세제 지원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3개는 모두 금융위와 산은에 결정권이 있는 사안이었다.
 
실제 산업부가 버거워하는 모습은 속속 목격된다. 중요 분기점마다 ‘구원투수’처럼 기획재정부가 나서고, 중요 발표도 기재부가 한다는 사실도 산업부의 역량 부족을 대변해준다. 이럴 거면 차라리 금융위에 다시 권한을 이양하거나 기재부가 명실상부한 주무 부처로 전면에 나서서 키를 잡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과 GM의 실사 합의에 따라 정부는 GM과의 협상 전략을 큰 틀에서 재점검할 수 있는 1개월여의 시간을 벌었다. 차제에 주무 부처에 대한 고민과 점검을 다시 하는 시간도 함께 갖는 게 어떨까.
 
박진석 경제부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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