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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양오염사고, 과도한 우려는 혼란만 키워

중앙일보 2018.02.26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이문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

이문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

해양오염사고는 일시에 대규모의 오염물을 유출함으로써 막대한 환경 피해를 야기하므로, 사고의 사전 대비와 함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지난 1월 6일 제주도 남서쪽 약 260㎞ 해상에서 콘덴세이트 (천연가스류 초경질유) 13만t을 싣고 한국 대산항으로 향하던 산치(Sanchi)호가 화물선과 충돌하여 화재로 불타면서 남동쪽으로 표류하다가 1월 15일 제주도 남쪽 약 550㎞ 해역에서 침몰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인한 우리나라 해역의 피해 위험성은 사고 초기부터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면밀히 검토됐으며, 유출물 국내 유입 가능성 및 도달시간과 유출물의 증발 및 희석을 고려했을 때 국내 연안의 피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약 열흘 동안의 화재로 인해 콘덴세이트는 대부분 소실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연료인 벙커C유는 유동점이 15℃로서 침몰해역 수온을 감안할 때 유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 또한 유출유 확산예측 시스템에서 침몰해역의 유출물질은 겨울철 북서풍의 영향으로 북쪽인 우리나라보다는 남동쪽으로 표류하여 태평양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처럼 산치호 침몰사고는 해양사고 피해 위험성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인인 피해가능 규모와 피해가능 확률이 모두 낮은 것으로 분석되어 국내 유입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종합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부 외국 연구기관에서는 단편적 상황만을 고려하여 피해 위험의 심각성을 주장하여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영국 국립해양학센터(NOC)에서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산치호 유출물질의 이동을 예측했다. 첫 번째는 2~3개월 후 국내 연안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했고, 두 번째는 남쪽으로 이동하여 우리나라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 결과는 물질 특성을 배제하고 월평균 해류에 의한 이동 확산만을 고려한 단순 도달가능성으로서 해양오염 피해 위험 평가로는 적합하지 않다. 산치호 유출물질은 유류로서 해류보다 바람의 영향을 더 크게 받으므로 해류만을 고려한 도달 가능성은 정확성이 낮으며, 빠르게 증발하는 물질 특성을 배제한 국내 해역 유입가능성 예측은 현실성이 없다.
 
산치호 침몰사고로 인한 제주도 해안의 오염피해 가능성에 대한 과도한 논란은 관광객의 제주도 방문 회피와 인근해역 수산물 어획 및 판매 부진을 초래함으로써 관련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입증되지 못한 과도한 위험 대응으로 인한 관련 산업의 피해는 국제기금이나 보험회사의 보상도 받을 수 없다.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으로 더 이상의 혼란이 야기되는 것은 지양하고, 전문가들이 평가한 피해 위험 수준에 근거하여 지혜롭게 대응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이문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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