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view &] 한국GM 노조, 자기혁신만이 같이 사는 길

중앙일보 2018.02.26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그간 가동률이 20%대임에도 근로자는 그대로 유지하며 80% 임금을 지급해오고 ‘하버리포트’에서 전 세계 148개 공장 중 생산성이 130위로 평가된 공장의 운명이다. 군산공장만이 아니라 한국GM 전체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벼랑 끝까지 와있다. 한때 95만대까지 생산했으나 지난해는 52만대에 그쳤다. 이러한 불량 성적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철수 등 외생변수도 작용했지만, 본질에서는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 유연성으로 한국의 생산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한 데 따른 결과다.
 

외국기업 때리기에 열 올려도
그들은 상업적 판단만 고려해
고임금·저생산성 구조 바꿔야
섣부른 정부지원은 무용지물

한국GM의 경우 2011년을 기점으로 지난 6년간 생산, 수출이 매년 감소세를 기록한 가운데도 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은 2011년 6500만원에서 2017년 8700만원까지 계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2014년엔 생산량 대폭감소와 함께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결과에 따른 휴일근로수당 단가 증가까지 겹쳐 회사의 영업이익이 대규모 적자로 전환됐지만 1인당 평균임금은 8.3%나 대폭 상승하는 비정상의 극치를 보여줬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11년 7.5%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12% 수준까지 높아져 회사의 경영구조가 정상궤도를 벗어나 있고 4년 연속 적자이다.
 
이와 함께 선명성 투쟁 프레임에 갇힌 노조로 인해 판매 상황에 따른 생산조절이나 근로시간 조정의 유연성은 제일 낮고, 연중 파업이 연례행사가 되고, 구식 호봉제 보수체계는 손도 댈 수 없는 동맥경화 상태다. 이로 인해 한국GM은 스파크, 트랙스 같은 수익성이 낮은 소형차를 만들면서도 이에 걸맞지 않게 임금수준은 높고 고정적 낭비성 인건비는 과다해 글로벌 GM 본사는 몇 년 전부터 한국공장을 고비용 사업장으로 분류했다.
 
GM그룹 내 동종 차종의 미국 수출가격을 비교하면 한국은 멕시코보다 500달러 정도 높다고 한다. 다국적 기업은 매정하게도 수익성이 없으면 접고, 수익성이 있어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옮긴다. 국수적 논리와 감정으로 외국기업 때리기에 열을 올린다 해도 그들은 상업적 판단만 할 뿐이다. 글로벌 GM은 2015년 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태국과 러시아 공장의 생산물량 대폭 축소, 2017년 호주공장 철수, 유럽 오펠 공장과 남아공 공장 매각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48개 자동차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GM의 위탁 생산기지의 하나인 한국GM에게도 같은 문제가 던져진 것이다.
 
치열한 글로벌시장 경쟁체제 속에서 한국GM이 살아남아 질 좋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임금 저생산성 노조의 혁신을 통해 생산 경쟁력을 보장해주는 길밖에 없다. 우리는 고용, 상대는 수익이라는 호혜적 관계는 경쟁력으로만 가능하다.
 
같은 위탁생산 입장에 있는 르노삼성의 1인당 임금 평균이 지난해 6700만원 수준이며 호봉제도 폐지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입에서 제외하며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GM 노조처럼 4년 단위의 임금협상으로 중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리해고도 받아들여야 한다. 노조의 납득할만한 고통 분담과 생산경쟁력 확보방안 없는 정부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으로 호주의 사례처럼 정부의 지원이 끊기는 순간 회사는 철수하고 고용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현 위기 상황의 주된 원인 제공자인 노조가 회사, 정부, 정치권에 화살을 돌려 책임을 회피하면서 상투적인 물리적 저항으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면 스스로 무덤을 재촉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회사와 노조는 공동 운명체로서 회사의 고용보장과 노조의 임금 양보 간에 대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30년 동안 굳어진 우리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적으로 선진화해야 한다. 자동차 노조가 변하지 않으면 호주처럼 망하고, 변하면 스페인처럼 다시 일어선다. 노조의 자기혁신만이 우리 자동차 산업의 건강 해법 요체이며 부품업계, 지역경제, 청년 일자리도 살리는 길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