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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모든 철강 수출국에 관세” 미 국방은 “표적 관세” 다른 주장

중앙일보 2018.02.26 00:02 경제 5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상 위에는 3가지 파일이 놓여 있다. 미국 상무부가 제출한 철강 수입규제 시나리오다. 이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이다. 전 세계 철강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결정 시한은 4월 11일까지다.
 

안보보좌관은 규제 자체에 반대
트럼프, 수입규제 3개안 막판 고심
한·중 대표단 미국 보내 입장 설명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시나리오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모든 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에 일률적으로 24%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이 통신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익명의 핵심 관계자 3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가장 강력한 방안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연합(EU)까지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미국 철강업계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다. 보도가 나오자 US스틸을 포함한 미국 철강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철강 수입 규제 3가지 시나리오

미국 철강 수입 규제 3가지 시나리오

트럼프 대통령이 ‘일률 관세’를 선택한다면 한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다. 한국에 최악은 12개국만 콕 찍어서 53% 이상 관세를 부과하는 두 번째 시나리오다. 12개국에 한국은 포함되지만 일본·대만·EU 등은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경쟁력에 치명적이다.
 
미국 정부 안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일률 관세’ 대신 ‘표적 관세’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매티스 장관은 상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세계적인 수입 물량 제한이나 관세 부과보다는 표적을 정해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상무부가 제시한 두 번째 시나리오에 가깝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국가별 대미 철강 수출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것인데, 매티스 장관은 여기에도 반대 입장이다. 미국에서 통상 문제는 상무부가 담당이지만, 이번에는 국방부의 입장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철강 수입규제의 명분으로 ‘안보’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수입 제품이 미국의 안보를 저해하는지 조사해 이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가 근거다.
 
미국의 안보 라인에선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철강 수입규제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매티스 장관도 서한에서 “국방부는 핵심 동맹국들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핵심 동맹국’으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다음달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중요한 고비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궐선거에 며칠 앞서 수입규제를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과거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다가 쇠락한 ‘러스트 벨트(녹슨 지대)’의 핵심이다.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당시)는 이곳 유권자들을 집중 공략했다. 그는 대선 유세에서 “중국이 미국에 무차별적으로 철강을 덤핑하고 있다. 당신들을 죽이고 있다”며 자극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곳 유권자들에게 ‘선물’을 줄 필요가 있다.
 
각국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경제 최측근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을 보내기로 했다. 브라질은 마르코스 호르헤 데 리마 개발산업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대표단을 보내 미국 상무부 관계자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이런 노력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김현종 본부장은 지난 21일 국회에 출석해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겠지만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지 말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보면, 한국 정부의 희망대로 결론이 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정부와 업계가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정완·하남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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