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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에 걸친 GM 사람 … 덩치서 내실로 회사 DNA 바꿨다

중앙일보 2018.02.26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GM은 파산 위기를 겪은 이후 수익성 낮은 해외 사업장을 차례로 정리해 왔다. GM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2014년 취임한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다. 한국GM의 운명 역시 그의 향후 전략과 판단에 의해 결정될 확률이 높다. [중앙포토]

GM은 파산 위기를 겪은 이후 수익성 낮은 해외 사업장을 차례로 정리해 왔다. GM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2014년 취임한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다. 한국GM의 운명 역시 그의 향후 전략과 판단에 의해 결정될 확률이 높다. [중앙포토]

제너럴모터스(GM)의 구조조정은 군산공장이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GM은 지난 몇 년간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시장은 어느 나라든 앞뒤 안 보고 사업을 정리했다. GM 본사가 한국GM의 대출금 회수를 보류하고 부평공장 담보 요구도 포기하면서 ‘군산공장 폐쇄 사태’는 변곡점을 맞고 있지만, “돈이 안 되면 철수한다”는 GM의 ‘큰 그림’이 변하지 않는 이상 ‘한국 철수설’도 끝나지 않는다. 산업은행의 실사가 끝나고, 신차가 배정돼도 마찬가지다.
 

GM 첫 여성 최고경영자 메리 바라
아버지 이어 18세 때 인턴으로 입사
2014년 CEO 취임 후 구조조정 지휘

“돈이 안 되는 시장 과감히 포기한다”
태국·러시아 생산시설 잇따라 폐쇄

체질 개선 통해 매출·영업익 급증
여윳돈 생기자 ‘미래차’ 개발 올인
한국 철수 언제든 현실화 될 수 있어

GM의 거침없는 구조조정을 지휘하는 건 GM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바라(57) 회장 겸 CEO다. 댄 애커슨에 이어 2014년부터 GM을 이끌고 있다. 바라가 CEO가 될 당시 GM은 이미 몸집 불리기를 멈추고 다이어트를 시작한 상황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산 보호를 신청하고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할 정도로 밑바닥을 맛본 탓이다. GM은 2000년대 들어 해외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외형을 확대하던 과정에서 막대한 채무가 발생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적자가 누적됐고, 결국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이렇게 시작된 구조조정은 현재도 진행 과정에 있다. 바라 취임 무렵 미국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회복하고 중국에서도 급격한 성장을 이뤘지만, 나머지 글로벌 시장에서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앞서 추진하던 구조조정과 해외 사업 정리를 바라가 얼마나 잘 이어갈지, 그 속도는 어떨 지에 시선이 쏠렸다.
 
칼자루를 쥔 바라의 행동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가 주도한 구조조정은 빠르고, 또 강력했다. 취임 다음 해인 2015년 인도네시아·태국·러시아 등에 있던 생산시설을 폐쇄했다.
 
인도네시아는 공장이 가동된 지 불과 2년 만이었다. 게다가 몇 년 내에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할 거라는 인도 내수시장에서도 가차 없이 철수했고,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켰다. 그리고 계열사인 독일 오펠과 영국 복스홀을 푸조·시트로엥그룹(PSA)에 매각하며 유럽 시장도 과감히 정리했다. GM 기술학교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GM 생산직 인턴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이지만, 어느새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는 2015년 인터뷰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GM이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물어봐야 한다”며 “특정 시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 그 시장을 떠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것이다”고 말했다. 그가 추구하는 GM은 과거와 같이 판매량 1위를 노리는 ‘거대한 자동차 기업’이 아닌, ‘수익을 내는 기업’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바라 회장이 국가를 가리지 않고 구조조정의 태풍을 일으키는 동안, GM은 판매량 1위를 폴크스바겐과 도요타 등에 넘겨줬다. 그러나 이익은 늘고 있고 내실은 단단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GM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6%가 증가했고, 매출액은 377억 달러로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제 개편에 따른 해외 이연 법인세 자산 재평가로 순이익 측면에선 부진했지만, 구조조정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엔 충분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 역시 파산 위기를 맞았던 GM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미래차 기술을 확보하는데 바라의 구조조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바라 회장은 이처럼 체질을 개선하며 생긴 돈을 신기술 개발과 사업구조 재편에 다시 투입하고 있다. GM의 관심은 온통 미래차 기술에 쏠려있다. GM은 2016년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 크루즈오토메이션을10억달러(약 1조원)에 인수했고, 2026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를 연간 100만대 판매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현재도 GM은 각종 평가에서 뛰어난 자율주행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 리서치가 지난달 낸 보고서에 따르면 GM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 중 자율주행 종합 기술력 1위를 차지했다.
 
바라가 이끄는 GM의 이런 행보는 한국에게 꾸준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당장 한국 정부와 GM 간의 협의가 잘 이뤄져 시장 철수나 추가 공장 폐쇄 등을 막는다 해도, 바라의 장기적인 전략을 고려할 때 한국은 매력적인 사업장이 아니다. 한국에 있는 GM 생산시설은 소형차와 경차에 특화돼 있고, 한국 자체의 미래차 개발 환경이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다.
 
민주평화당 주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특별대책 긴급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은 “미래차 시대로의 빠른 전환을 꿈꾸는 GM에게 미래차 개발 여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데다 인프라도 부족한 한국은 꼭 필요한 사업장이 아니다”며 “현재 상황만 보면 이번 위기를 넘겨도 몇 년 안에 또다시 철수 얘기가 나올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
메리 바라

메리 바라

2014년 1월부터 GM을 이끌고 있다. 평생을 GM에서 일한 아버지에 이어 자신도 18살에 GM에 생산직 인턴사원으로 입사 한 뒤 계속 GM에서만 근무했다. GM의 기술학교인 GM인스티튜트(현재 케터링대)에서 공부해 1985년 전자공학 학사, 이후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를 했다. GM 글로벌 제품개발 부사장 등을 거친 후 CEO가 됐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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