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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괜찮겠지’ 하다 삐걱…섣부른 재활은 독

중앙일보 2018.02.26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7면 지면보기
걷기·스트레칭 등 수술 후 재활은 환자의 몸 상태와 수술 방법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리랜서 박정근

걷기·스트레칭 등 수술 후 재활은 환자의 몸 상태와 수술 방법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리랜서 박정근

질환별 재활 시 유의점
 
 ‘수술은 끝이 아닌 시작’이란 말이 있다. 수술 후 재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과 뇌졸중에서는 적절한 재활이 삶의 질은 물론 남은 수명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단순히 ‘재활=안전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건강 상태, 수술 방법 등에 따라 재활 단계가 달라진다. 내 몸에 맞는 재활은 약이지만 이를 벗어나면 독이 된다. 근골격계·뇌졸중 질환에서 재활 시 주의할 점을 짚어봤다. 
 
골절, 인대 파열,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은 수술 후 가능한 한 빨리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술 후 3일만 누워 있어도 근육이 약해지고 심장·폐 등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은 재활이 늦을수록 욕창·폐렴 등 치명적인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고대구로병원 재활의학과 양승남 교수는 “재활로 활동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신체 기능 회복은 물론 사망률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고관절 재활 때 관절 탈구 주의
 
단, 재활에서는 시기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환자의 몸 상태와 질환, 수술 방법에 따라 적용하는 재활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헷갈리기 쉬운 것이 십자인대 파열이다. 똑같은 십자인대 파열이라도 끊어진 부위가 전방이냐 후방이냐에 따라 시기별 재활 강도가 달라진다. 전방 십자인대 파열일 때는 보통 수술 2주 후부터 보조기·목발 없이 무릎에 체중을 실어 걷는다. 반면 후방 십자인대 파열일 때는 적어도 수술 4주 후 체중을 실어야 한다. 무릎을 굽히고 펴는 등 관절운동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전방은 수술 후 4주까지 120도, 후방은 같은 기간 90도 굽히는 것을 목표로 서서히 강도를 늘려야 한다. 양승남 교수는 “후방 십자인대는 전방보다 더 두꺼워 회복 기간이 더 길다”며 “이를 모른 채 같은 십자인대라고 무리하게 운동하면 인대가 불안정해져 재파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엉덩관절(고관절)이 부러진 경우 수술 방법에 따라 재활 시기가 결정된다. 인공관절이 흔히 ‘철심을 박는다’고 표현하는 금속정 고정술보다 재활 시작 시기가 더 빠르다. 인공관절은 수술 후 3~4일 지나 걷기 등의 운동을 할 수 있지만 금속정 고정술은 3주 이상 안정을 취해야 한다. 인공관절은 골절 부위를 제거한 뒤 튼튼한 허벅지 뼈에 기구를 올린다. 반면 금속정 고정술은 어긋난 뼈가 스스로 붙어야 해 회복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부평힘찬병원 서동현(정형외과) 원장은 “특히 노인은 뼈가 약해 사소한 충격에도 고관절이 잘 부러진다”며 “이 경우 건강 상태, 골절 위치와 함께 재활 기간도 충분히 고려해 수술법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에서는 재활 순서도 지켜야 한다. 흔히 굳은 관절을 풀어주기 위해 스트레칭 등 관절운동을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그보다 걷기, 다리에 힘주기 등 근력 운동을 먼저 한다. 수술로 인해 관절막·근육·힘줄이 손상돼 이를 보완하는 게 우선이다. 관절운동은 적어도 6주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도 수술한 고관절 쪽 무릎이 허리 위로 올라가거나, 이 다리가 몸의 중심선을 넘어 반대로 넘어가면 관절이 빠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뒤에는 근력 운동과 관절운동을 동시에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수술 2일 후부터 무릎을 굽히고 펴는 운동을 한다. 무릎 관절은 고관절과 달리 수술 시 조직 손상이 적고 쓰지 않으면 더 빨리 굳어서다. 운동을 할 때는 수술 후 2주까지 무릎 관절을 90도가량 굽히고 펴기를 목표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뇌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 환자도 수술 후 재활은 중요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윤길 교수는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뇌세포가 죽으면 이를 다시 살리지 못한다”며 “대신 재활을 통해 주위 뇌세포를 자극하면 손상된 기능이 보완돼 마비 등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 재활 무리하면 역효과
 
재활 시기는 근골격계 질환처럼 빠를수록 좋다. 뇌졸중 발병 후 6개월 내 뇌세포가 가장 빨리 회복되기 때문이다. 수술 후 2~3일 내에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단, 이때도 스스로 재활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 혈압·맥박이 안정되지 않으면 저혈압으로 쓰러지거나 혈액이 부족해져 뇌세포가 자연 회복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뇌가 손상돼 경미한 마비가 생겨도 정작 환자 본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자세로 걷는 것이 몸에 배면 마비 증상이 나아져도 고치기가 힘들다. 박윤길 교수는 “실제 뇌졸중 재활을 할 때 편마비 환자가 지팡이에 의존하는 버릇을 들일 수 있어 지팡이를 못 쓰게 하기도 한다”며 “잘못된 걸음걸이는 다른 관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3~6개월간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술 후 재활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따라서 수술을 하는 병원에 재활의학과가 있는지, 또 외과·신경과 등 수술하는 진료과와 협진이 잘 이뤄지는지 사전에 파악해보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 재활 방법을 배웠어도 1~2개월에 한 번은 전문가를 찾아 달라진 몸 상태에 맞춰 재활 방법을 교정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대구로병원 양승남 교수는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의 소개를 통해 재활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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