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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궐련형 전자담배가 금연 의지 꺾었다

중앙일보 2018.02.26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6면 지면보기
[류장훈 기자의 노트북]
 
 요즘 직장가에선 담배를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꺼내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흡연자가 줄어서가 아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에어로졸’이라는 혁신적인 방식과 깔끔한 디자인 때문에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면서 출시하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이제 전체 담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육박한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 판매량(1월)이 전년 동월 대비 9.1% 감소했고 2014년 동월 대비로도 23.7%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연 정책의 효과가 지속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담배 판매량이 줄었다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흡연자가 줄었는지는 의문이다. 일상에서 체감되진 않는다.
 
 흡연자에게 궐련형 전자담배는 분명히 매력적이다. 우선 흡연 시 연기가 많이 나지 않는다. 냄새도 거의 안 난다. 누가 공중화장실에서 피우더라도 잘 모를 정도다. 흡연 후 몸과 옷에 특유의 쾨쾨한 냄새가 배지도 않는다. 게다가 ‘태우는 일반 담배보단 덜 해롭겠지’라는 기대감마저 준다. ‘연기’와 ‘증기’의 어감 차이도 크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들을 잘 보자. 일반 담배였다면 금연을 결심하게 하는 요인이다.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걸 모르는 흡연자는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금연을 결심하진 않는다. 흡연자는 폐암 진단을 받은 직후에도 담배를 꺼내 문다고 하지 않던가. 여기에 몇 가지 이유가 덧대져야 금연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거리나 버스·지하철에서 눈치가 보인다거나 아이가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거나 등 외부 요인까지 작용해야 끊는다. 결과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는 흡연자에겐 자유와 스스로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금연을 마음먹었던 사람에게선 금연 동기와 의지를 앗아간 셈이다. 실제 주위에서 ‘담배를 끊으려다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탔다’는 사람을 여럿 봤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여전히 몸에는 해롭다는 것이다. 담배회사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내놓을 당시 ‘일반 담배와 비교할 때 인체에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할 수 있는 성분이 평균 90% 이상, 발암 물질이 95% 이상 감소됐다’고 홍보했다.
 
 근데 이들 주장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결론이 최근 내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9명)가 담배회사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와 관련해 제출한 ‘위험 저감 담배’ 승인 요청을 지난 1월 25일 부결한 것이다. 특히 ‘일반 담배를 아이코스로 바꾸면 흡연 관련 질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거의 만장일치(반대 8명, 기권 1명)로 반대했다. 게다가 중독성이 일반 담배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일본 후생성의 연구결과도 나왔다.
 
 담배는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담배다. 건강에 해롭지 않을 리 없다. 흡연자, 금연 시도자들이 이들 문구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문득 30여 년 전 읽었던 기사가 기억난다. 지금은 잘못된 정보로 확인된 ‘담배를 피우면 집중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를 다룬 기사였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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