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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이승훈 "4년 뒤 베이징 올림픽도 도전하겠다"

중앙일보 2018.02.24 23:51
24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이승훈(가운데)과 바트 스윙스(왼쪽·벨기에), 코엔 페르베이(네덜란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24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이승훈(가운데)과 바트 스윙스(왼쪽·벨기에), 코엔 페르베이(네덜란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2016년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 매스스타트 우승을 차지한 이승훈(30·대한항공)은 활짝 웃으며 "나를 위해서 매스스타트가 생긴 것 같았다. 평창올림픽에서도 기대가 된다.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2년 뒤 평창에서 이승훈의 약속은 지켜졌다.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된 매스스타트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평창올림픽 첫 정식종목된 매스스타트 금메달
쇼트트랙 출신 장점 살려 막판 스퍼트로 우승
2022 베이징 올림픽 도전 의사도 밝혀

이승훈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1위(7분43초97)로 골인했다. 이승훈은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팀추월에서도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올림픽 메달(금 2, 은 3)을 목에 걸었다.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훈이 정재원과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훈이 정재원과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연합뉴스]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가 함께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 16바퀴를 함께 달린다. 줄곧 후미에서 달리던 이승훈은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몇몇 선수들이 앞으로 뛰쳐나갔지만 꾹 참았다. 대신 결승에 함께 오른 정재원(17·동북고)이 앞 선수들과의 간격을 좁혀주며 이승훈을 측면지원했다. 쇼트트랙에서 전향한 이승훈은 상대 움직임을 파악하고 치고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작은 코너를 도는 쇼트트랙으로 다져진 코너링 실력도 수준급이다. 한 바퀴를 남기고 막판 스퍼트를 펼친 이승훈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도움을 준)정재원에게 사이클을 사주기로 했다"고 했다.
 
이승훈은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너무 좋았다. 마지막에 바트 스윙스(벨기에)가 스퍼트를 해주면서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매스스타트에 나서지 않던 '장거리 제왕'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는 경기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결승에서 최하위(16위)에 머물렀다. 이승훈은 "크라머르가 (먼저 치고나갔지만) 준결승 경기를 보고 스피드가 많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승훈은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피니시할 때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에 감격이 밀려왔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동안 많은 훈련 과정도 생각나고, 너무 간절히 원했던 메달이었다"고 했다. 그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꿈만 꾸던게 현실이 되서 좋다"고 웃었다. 이승훈은 "자신은 있었지만 매스스타트란 종목이 변수가 많다. '좋은 상황이 되라'는 기도도 하면서 경기에 임했다. 마지막에 스퍼트할 찬스가 생겨서 머릿속에 항상 떠올리던 대로 내 장점을 보여준 레이스를 했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2010 밴쿠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진 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태극마크를 단 그는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따내는 사고를 쳤다. 하지만 2014 소치 올림픽에서는 1만m 4위에 머물렀다.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을 이겨내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평창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내보이는 이승훈. [강릉=김효경 기자]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내보이는 이승훈. [강릉=김효경 기자]

이승훈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도 영광이고, 메달을 따는 것도 영광인데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땄다. 꿈만 꾸던 게 현실이 되서 너무 기쁘다.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운이 좋은 거 같다. 매스스타트란 종목이 생겨서 기회가 생겼고, 잡을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8년 전 금메달과 비교하면 어떤가'란 질문엔 "당시엔 앞만 보고 달려서 따냈다. 이번엔 많은 생각들을 가지고 레이스를 해 감격이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월드컵 랭킹 1위에 오르고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승훈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졌다. 그만큼 어깨에 놓은 부담감도 커졌다. 하지만 이승훈은 훌륭하게 이겨냈다. 그는 "최대한 재밌게 하려고 했다. 금메달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까 최대한 마음을 비우려고 했다"고 웃었다. 그는 "매스스타트만큼은 기대를 많이 했다. 다들 기대 많이 하셨잖아요?"라고 되묻는 여유를 보였다. 이승훈의 도전은 진행형이 될 것 같다. 그는 "베이징 도전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해보겠다"고 답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금메달을 쥔 채로 말했다. 4년 뒤 그의 손에는 여섯 번째 메달이 쥐어질지도 모른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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