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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안 잊겠다더니…왜 김영철 평창 오나" 전국서 상경한 천안함 유족들

중앙일보 2018.02.24 16:15

전국에서 상경한 천안함 유족들 "이게 뭐하는 짓인가"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이성우 천안함유족회 회장(왼쪽). 오원석 기자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이성우 천안함유족회 회장(왼쪽). 오원석 기자

"김영철 방한 불가" 전국에서 상경한 유가족들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손강열(60), 전미경(57)씨 부부는 아들 고(故) 손수민 중사를 잃었다. 손 중사는 천안함 축구 동아리에서 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건장한 군인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보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손씨 부부는 24일 아침 KTX를 타고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왔다.
 
어머니 전씨는 "김영철을 입국시킨다는 것은 우리 유족들에 아픔을 더 주는 것이다. 왜 이런 평화올림픽 잔치에 그 사람이 와야 하나. 김영철이 주범이라는 확신을 못 해 입국시킨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오후 1시쯤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는 천안함46용사 유족회 유가족 약 60여명이 모였다. 모두 아들과 동생, 남편을 잃은 이들이다. 이들은 김영철 방남을 수용한 정부를 규탄했다. 성명에서 이들은 김영철에 대해 "2010년 당시 정찰총국으로서 3월 26일 천안함을 폭침해 승조원 46명을 숨지게 하고 연평도 포격 도발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라며 정부에 ▲김영철 방한 수용 불가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 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즉각 철회할 것 ▲북한은 폭침 만행을 인정하고 유족과 국민에 사죄할 것 ▲정부는 유가족과 생존 장병·국민에 두 번 다시 고통을 주지 말 것을 촉구했다.
 
"자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남편 고(故) 김경수 상사를 잃은 윤미연(40)씨는 대전에서 올라왔다. 윤씨는 "우리가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며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윤씨의 자녀는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앞 광장으로 이동 중인 천안함 유족들. 오원석 기자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앞 광장으로 이동 중인 천안함 유족들. 오원석 기자

 
북한은 지난 22일 김영철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 파견할 것이라는 의사를 우리 측에 전했다. 23일 통일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이를 수용하기로 한 정부 결정에 대해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목적을 폐막 행사 참가라고 밝혔다는 점과 이번 북한 대표단의 방문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관한 대화와 협의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을 수용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배후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 통일부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관련자를 특정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지난 2015년 민군합동조사단이 북한 내에서 구체적으로 인물과 기관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점을 특정할 수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사건으로 아들 고(故) 이용상 하사를 잃은 이인옥(56)씨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사건의 배후가 올림픽 폐막식에 오게 된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떨리고,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얼굴을 볼 수 있겠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청와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이성우 천안함유족회 회장. 오원석 기자

청와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이성우 천안함유족회 회장. 오원석 기자

청와대 항의서한 전달과정서 감정 격해진 유족들
천안함 광장에서 유족들은 10여분 동안 성명 발표와 유족 입장문 낭독을 했다. 이후 이들은 청와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항의서한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다. 청와대에서 유족들의 항의서한을 받기 위해 국정상황실 행정관을 보내왔으나, 유족들은 "당직 행정관 말고 좀 더 책임 있는 인물을 내보내라"며 반발했다. 
 
이날 어머니 윤청자(76)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광기(48)씨는 "확실한 인물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민씨는 천안함 폭침으로 동생 고(故) 민평기 상사를 떠나보냈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도 유족들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에 강한 불만 제기를 이어나갔다. 일부 유족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위해 제작한 김영철의 사진을 때리거나 찢으려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내내 별말이 없었던 안민자(59)씨도 "조용히 살고 싶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천안함 사건을) 잊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며 "이게 과연 잊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태도인가. 잊지 않겠다고 했으면 잊지 않아야 한다"며 흐느꼈다.
신동권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이 항의서한을 받으러 왔으나 유족들의 항의로 발길을 돌렸다. 오원석 기자

신동권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이 항의서한을 받으러 왔으나 유족들의 항의로 발길을 돌렸다. 오원석 기자

박진원 청와대 통일정책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유족들로부터 항의서한을 받고 있다. 오원석 기자

박진원 청와대 통일정책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유족들로부터 항의서한을 받고 있다. 오원석 기자

천안함 유족들의 항의서한. 오원석 기자

천안함 유족들의 항의서한. 오원석 기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계속 항의 집회"
유족들이 행정관을 돌려보내고 약 30여분이 뒤 청와대는 박진원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보냈다. 박 행정관은 유족들에게 "반드시 서한을 전달하겠다"고 말한 뒤 이성우(57) 천안함유족회 회장으로부터 서한을 받았다.
 
이 회장은 김영철 방남 철회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김영철이 내일(25일) 방남시 이용하게 될 판문점 루트 등에서도 계속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라며 "그래도 철회되지 않을 경우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을 방문하거나 청와대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측에 서한을 전달한 천안함 유족회는 이날 오후 3시쯤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해산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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