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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10대 사회 첫발, 30대 인생2막 연 프로게이머

중앙일보 2018.02.24 16:00
이상원의 포토버킷(15)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능성, 즉 비전을 먼저 보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전이 항상 성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과정에서 큰 교훈을 얻기도 하고 세월이 흘러 다른 곳에서 성공의 결실을 보는 것을 종종 목격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누리는 많은 혜택은 모두 누군가가 도전해 거둔 성공 혹은 실패의 산물이다.
 
세계적인 e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꿈꾸는 ‘콩두컴퍼니’의 서경종 대표 [사진 이상원]

세계적인 e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꿈꾸는 ‘콩두컴퍼니’의 서경종 대표 [사진 이상원]

 
세계적인 e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꿈꾸는 '콩두(KONGDOO)컴퍼니'의 서경종(32) 대표 또한 이런 도전자다. 서 대표는 아직 삼십 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또래와는 다른 길을 선택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빠른 인생 2막을 사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사십 대 중반의 필자와 사회생활 기간이 비슷한 만큼, 인터뷰 내내 나이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말이 잘 통했다. 필자가 ‘나는 저 나이에 뭘 했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 그의 짧고도 긴 열정 스토리를 들어봤다.
 
먼저 e스포츠(e-sports)가 TV 스포츠뉴스 혹은 신문 스포츠면을 통해 별도의 설명 없이 다루어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아직 낯선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설명해본다. 
용어사전 > e스포츠(e-sports)
컴퓨터 및 네트워크, 기타 영상 장비 등을 이용하여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로 지적 능력 및 신체적 능력이 필요한 경기이다. 대회 또는 리그와 같은 현장으로의 참여, 전파를 통해 전달되는 중계의 관전, 그리고 이와 관계되는 커뮤니티 활동 등의 사이버 문화 전반 또한 e스포츠 활동에 속한다.

 
e스포츠에 종사하는 선수를 ‘프로게이머’라고 하는데, 전통적인 스포츠 스타 혹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수입을 누리고 있다. 현재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두고 있는 40~50대 중에서도 ‘스타크래프트 임요환’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이는 꽤 많을 것이다.
 
최근에는 ‘리그오브레전드(LOL, 일명 롤) 페이커(Faker, 본명 이상혁)’가 최고 인기 선수로 순수 연봉만 30억원에 이르는 등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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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프로게이머는 초등학생 사이에서 희망직업 10위 안에 오른 지 이미 오래고, 2017년 말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8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출판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던 아버지 덕분에 부족할 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낸 서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 삼촌으로부터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배웠다. 아버지 회사가 삼성동 코엑스 근처에 있었는데, 한국 e스포츠의 메카 격이었던 ‘메가웹스테이션’(방송 스튜디오 겸 경기장)이 가까워 아버지를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유명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직접 관전할 기회를 얻었다.
 
프로게이머 연습생 시절의 서경종 대표 [사진 이상원]

프로게이머 연습생 시절의 서경종 대표 [사진 이상원]



중등 2년생의 프로게이머 꿈
당시 최고 인기를 끌던 ‘임요환 대 홍진호’의 경기를 보면서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웠다. 지금과는 달리 프로게이머와 아마추어의 경계도 확실하지 않았던 초창기 시절, 일반인에게는 프로게이머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던 때였다. 서 대표의 나이 15세,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아마추어지만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금과 상품을 휩쓸어 오는 서 대표를 보며 부모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응원해줬다. 친구 사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전교 어린이회장으로 뽑히기도 했던 아들이라 기대가 컸고 나중에 경찰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밀어주기로 결정했다.
 
프로게임단 입단테스트 결과도 좋아 큰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박성준, 도진광, 이운재 등 유명 프로게이머가 속해 있던 프로게임단 POS에서 테스트를 받았는데 기존 프로게이머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등 우수한 성적으로 입단한 것이다.
 
푸른 꿈을 안고 프로게이머가 된 서 대표였지만 곧 큰 어려움에 부딪혔다. 정식 대회에 출전해 10회 연속 예선에서 탈락하는 등 부진을 거듭했고,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아버지의 회사의 부도로 집이 큰 어려움에 부닥쳤다. 그때까지는 믿고 응원해 주던 부모도 반대로 돌아섰다.
 
신인 프로게이머 시절 방송 경기에 출전한 서경종 대표 [사진 이상원]

신인 프로게이머 시절 방송 경기에 출전한 서경종 대표 [사진 이상원]

 
나이는 어려도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생각한 서 대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부모를 설득했다. 팀 내에서 1~2위를 기록하고 있어 게임에 자신도 있고 은퇴 후에는 방송해설 등의 진로도 열려 있는데다 나중에는 e스포츠 관련 사업을 해 성공할 자신도 있으니 좀 더 믿어달라고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잘 표현하는 아들을 보면서 부모도 더는 말릴 수가 없었다.
 
마치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는 꿈인지 테스트를 한 것처럼, 한 번 고비를 넘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일이 잘 풀렸다. 서 대표 개인으로서 대회 성적도 점점 나아졌고, 팀은 2006년 MBC 게임에 인수되어 ‘히어로(HERO)’라는 팀으로 다시 태어났다. SK텔레콤, KT(당시 KTF), 삼성전자, CJ 등의 대기업이 한창 프로게임단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던 시기였다. 
 
서 대표가 속했던 히어로는 창단 첫해 기존의 강팀을 모두 꺾고 통합챔피언에 오른 이후 큰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이 시기의 어려운 가정형편에 자신이 받는 연봉과 수당 등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기뻤다.
 
MBC게임 프로게임단 ‘히어로’의 창단멤버였던 서경종 대표 [사진 이상원]

MBC게임 프로게임단 ‘히어로’의 창단멤버였던 서경종 대표 [사진 이상원]

 
서 대표는 선수로 활약은 물론이고 모회사가 게임방송국이었던 덕분에 게임방송에 해설과 예능인으로 자주 출연하며 활동무대를 넓혀갔다. 2011년 선수생활에서 은퇴한 뒤 전문방송인으로 입지를 다져가던 중에 2012년 회사가 폐국을 결정해 입대할 때까지 서 대표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후회 없이 꿈에 도전하며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서 대표는 일찌감치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아직 철이 덜 든 친구도 많았던 10대 중반 명확한 꿈을 꾸며 도전을 거듭했고, 20대 중반까지는 말 그대로 ‘프로’, 즉 직업인으로서 많은 경험을 했다. 특히 MBC 게임 히어로의 창단멤버가 된 이후에는 회사의 일원으로서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의 특성을 가까이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맛볼 수 있었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성취하면 큰 보상이 따른다는 교훈도 얻었다. 멋진 팀을 이루어 함께 도전하면 개인의 약점이 보완되면서 상상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한창 성장 중에 회사가 문을 닫아 아쉽기는 했지만, 어차피 군대를 다녀와야 했던 서 대표는 언제나 그랬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입대했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세월에서 잠깐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준비하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은퇴 후 게임방송 해설과 예능프로에서 맹활약 하던 서경종 대표(가운데) [사진 이상원]

은퇴 후 게임방송 해설과 예능프로에서 맹활약 하던 서경종 대표(가운데) [사진 이상원]

 
군 생활중 회사 설립 청사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 도움되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과거와 앞으로 무척이나 길게 남은 미래를 돌아보니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보였다. 이른 시기에 직업을 선택한 프로게이머의 특성상 은퇴 또한 이를 수밖에 없는데, 서 대표 자신을 포함해서 이미 많은 은퇴 프로게이머가 존재했다. 
 
그리고 계속 인기가 늘어가고 있는 e스포츠의 특성상 선수는 폭발적으로 늘어갈 텐데 은퇴 프로게이머의 숫자 또한 계속 늘어갈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선수 경험을 살려서 제2의 인생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매니지먼트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군 생활과 휴가 기간 틈틈이 마음과 현실적인 준비를 했다. 2014년 1월 제대하고 나서 바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일단 친분이 있던 은퇴 선수들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인생2막을 준비하던 군인 시절의 서경종 대표 [사진 포모스]

인생2막을 준비하던 군인 시절의 서경종 대표 [사진 포모스]

 
스폰서를 구하고 장소를 빌려서 홍진호, 박정석, 강민, 이병민 등 은퇴 프로게이머가 대거 참여하는 이벤트 대회를 열었다. 이제동 등 친분 있던 현역 프로게이머도 초대해 관중석에 팬들과 함께 앉도록 했다. TV에서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큰 인인리에 종영될 무렵,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판 ‘응답하라’로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프로게이머와 방송 경험을 모두 살려 최선을 다한 결과 대회는 큰 화제와 함께 많은 수익을 서 대표에게 안겨주었다. 수익도 도움이 되었지만, 그에게는 은퇴 프로게이머와 팬들이 보내준 큰 성원이 더욱 용기를 주었다. 좀 더 체계적인 사업을 위해 지인들과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의 콩두컴퍼니다.
 
처음에는 은퇴한 프로게이머를 위한 수입모델로 개인방송, 행사 유치 등에 집중했지만 회사와 서 대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여러 투자회사로부터 87억원에 달하는투자금을 유치했다. 이후 롤,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의 프로게임단을 직접 창단해 운영하고 글로벌 사업파트너들과 제휴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도 지사를 설립하고 프로게임단을 창단해 본격적인 해외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제대 후 은퇴 프로게이머 초청대회를 개최한 서경종 대표(맨 왼쪽) [사진 이상원]

제대 후 은퇴 프로게이머 초청대회를 개최한 서경종 대표(맨 왼쪽) [사진 이상원]

 
서 대표는 콩두컴퍼니를 프로게이머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보장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를 넘어 전 세계 e스포츠팬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글로벌 e스포테인먼트(Global eSports+Entertainment)’ 그룹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축구는 영국과 스페인, 야구와 농구는 미국이지만 e스포츠는 한국이 종주국으로 세계 최고의 실력과 인기를 끌고 있으니 꿈이 실현되는 것은 시간문제지요”라며 자신하고 있다.
 
한국을 e스포츠 종주국 만들터
젊은 나이로 짧은 시간에 큰 회사를 설립하고 세계를 공략하는 데에 성공한 비결이 뭔지 물었다.


"처음부터 모두 계획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저를 포함한 은퇴 선수가 밥 먹고 살 수 있게 돕자는 소박한 목표였지요. 대신 절실함은 컸어요. 어린 나이에 프로세계에서 배운 모든 것을 쏟아부었더니 주위에서 좋게 봐 주셨어요. 운도 좋았고요. 현재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콩두컴퍼니를 시작하며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여전히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계속 배우는 자세로 좋은 분들께 도움을 많이 구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또래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 때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현재 후회는 하지 않는지 물었다.


"불안하기보다 자신이 있었는데 가족이 많이 불안했을 거예요. 그래도 힘들 때마다 믿고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지나고 보니까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하고 군대 가서 잠시 반성과 계획을 한 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축복이었습니다."

 
서 대표는 얼마 전 아버지를 여의었다. 가장 큰 힘이 되어주셨던 아버지의 빈자리가 크다며 뒤늦게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필자는 서 대표에게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한 약속, 즉 게임도 잘하고 은퇴 후에는 방송해설과 e스포츠 사업을 할 자신이 있으니 믿어달라던 말을 지켰으니 아버지도 하늘나라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며 응원해 주실 것이라고 위로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과 계획에 관해 물었다.
 

"프로게이머 그리고 방송인 출신 사업가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비교적 일찍 길을 개척해 온 사람으로서 제가 가는 길을 많은 분이 응원하며 지켜봐 주고 계신 걸 잘 느낄 수 있죠. e스포츠가 글로벌 스포테인먼트의 새로운 분야로 확실하게 자리 잡는 데에 리더 역할을 할 수 있게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흰 머리 멋지게 날리며 e스포츠 관중석에서 우리 선수들을 마음껏 응원하고 싶습니다."

 
경험이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고 하더니 서 대표와 인터뷰 내내 몇 번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 50~60대 선배의 경험담을 듣는 느낌이었다. 그는 겸손하게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일찌감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 꿈을 향해 도전해 온 사람에게서 공통으로 느껴지는 탄탄한 내공이 느껴졌다. 
 
더군다나 동료를 돕는 사업모델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멋지게 창업에 성공하고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서대표이기에, 창창하게 남은 서경종 대표의 인생 3막, 4막이 더욱 기대된다.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몸이 전부다』저자 jycyse@gmail.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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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이상원 중앙일보 사업개발팀장 필진

[이상원의 소소리더십] 인생의 하프타임을 지나며 성공보다 성장이 행복의 열쇠임을 알았다. 소탈한 사람들의 소박한 성공 스토리 속에서 그들의 성장을 이끈 소소한 리더십을 발견해서 알리는 보람을 즐긴다. “애송이(이탈리아어로 ‘밤비노’)들의 성장을 돕는다”라는 비전으로 ‘밤비노컴퍼니’를 운영 중이다. ‘몸을 바꾸려고 했는데 인생이 바뀐’ 성장스토리를 담은 『몸이 전부다』를 출간(2017년)했다. 학교, 군부대, 기업 등에서 ‘성장의 기회와 비결’에 대해 강연을 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연습을 통한 실력축적과 함께 생각, 말, 행동 등의 좋은 습관으로 키워지는 셀프이미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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