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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맨해튼’ 꿈꾸던 톈진 빈하이신구는 왜 유령도시가 됐나

중앙일보 2018.02.24 06:01
휘황찬란한 쇼핑몰에는 대낮인데도 손님이 거의 없다. 밤이 되면 고층 빌딩의 불이 전부 꺼져 캄캄한 유령 도시로 변한다. ‘중국의 맨해튼’을 목표로 개발된 중국 톈진시(天津) 빈하이신(滨海新)구에 위치한 위지아푸(于家堡) 금융 지구의 최근 모습이다.
   

상하이 이을 금융 지구로 지정 대규모 예산 투입
기업들 보조금 위해 등록만 하고 경제 활동 안 해
쇼핑 센터 텅텅 비고 밤에는 불빛 없는 암흑 도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대규모 예산과 부채 조달로 도시를 키우려던 중국 지방 정부들이 사업 실패로 빚더미 신세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톈진시의 경제특구인 빈하이신구다. 
 
강가 근처에 위치한 위지아푸 금융 지구는 뉴욕 맨해튼을 연상시킨다. [유튜브 캡처]

강가 근처에 위치한 위지아푸 금융 지구는 뉴욕 맨해튼을 연상시킨다. [유튜브 캡처]

 
지난 2009년 중국 정부는 80년대의 선전, 90년대 상하이를 이을 ‘세 번째 발전 동력’으로 톈진의 빈하이신구를 지정했다. 베이징과 가까운 보하이(渤海) 만에 위치한 2000㎢ 규모의 부지를 금융허브로 육성할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2000억 위안(약 34조 원)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투자 기업에는 감세와 보조금을 약속했다. 
 
초창기 빈하이신구 위지아푸 금융 지구는 2만 여 개 기업을 끌어들이며 그 목표를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빈하이신구에 등록만 해 놓고 경제활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과의 접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 건설한 고속철도도 역설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직원들이 대부분 베이징 등 근처 대도시에서 일을 하다 세금 관련 업무를 처리할 때만 위지아푸 금융지구 세무국에서 잠깐 업무를 보고 바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을씨년스러운 중국 톈진시 빈하이신구의 시가지 모습. [연합뉴스]

을씨년스러운 중국 톈진시 빈하이신구의 시가지 모습. [연합뉴스]

 
한 시민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밤에 불빛이 들어오는 창문은 몇 개 없다”면서 “사업가들은 여기로 이사 오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 대형 쇼핑몰에서 열리는 자동차 전시회는 처음에 58위안(약 9900원)의 입장료를 매겼지만, 찾아오는 관람객이 없어 지금은 무료 입장으로 전환했다.  
 
2010년 17.4%까지 치솟았던 톈진시의 GDP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7년에는 3.6%에 그쳤다. 2017년 중국 GDP 성장률이 7%였던 것을 감안하면 저조한 수치다. 
빈하이신구의 실패로 중국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톈진시는 중국에서 가장 재정 건정성이 나쁜 지방 정부가 되고 말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작년 보고에 따르면 톈진시 국영 기업의 총 부채는 톈진시 정부 재정 수입의 700%에 달한다.  
 
 
톈진시는 이런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통계를 조작하기도 했다. 지난해 빈하이신구의 2016년 GDP 규모를 1조 위안(약 170조 원)이라고 발표했다가 중앙 정부가 통계 조작에 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6660억 위안(약 113조 원)으로 축소 정정했다. 
 
SCMP에 따르면 이런 통계조작은 빈하이신구만의 얘기가 아니다. 네이멍구자치구 정부는 당초 발표보다 2016년 산업 생산량을 40%, 재정수입은 26% 낮춘다고 최근 밝혔다. 랴오닝(遼寧)성도 산하 시와 성 정부가 2011∼2014년 재정 통계를 조작해 GDP를 20%가량 부풀렸다고 시인했다. 무모한 개발의 후유증으로 충칭(重慶)시, 산시(山西)성, 윈난(雲南)성 등의 부채는 재정수입의 400∼600%에 다다르고 있다.
 
인적이 드문 위지아푸 금융 지구. [유튜브 캡처]

인적이 드문 위지아푸 금융 지구. [유튜브 캡처]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도 단기적인 경제 성장보다 경제 효율성과 평등 그리고 환경에 포커스를 맞추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톈진시 리홍종(李鸿忠) 당서기는 지난달 지방 관료들과의 회의에서 “우리는 고속 발전에 대한 콤플렉스를 없애야 한다”며 내실 있는 성장을 강조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이동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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