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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보험 흥망사...10년만에 자본금 1400배 늘리며 M&A큰 손 군림

중앙일보 2018.02.24 06:00
 벼락성장을 거듭해 오며 글로벌 인수합병(M&A)의 큰 손으로 군림해왔던 안방(安邦)보험이 결국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경영권은 중국 정부로 넘어갔고 덩샤오핑(鄧小平)의 손자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은 법정에 서게 됐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는 23일 웹사이트에 우 회장이 경제범죄 연루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확인하며 이날부터 1년간 안방그룹에 대해 위탁경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

 

덩샤오핑 손자사위인 회장은 기소,, 중국 정계 원로와의 유착의혹 등 끊임없는 구설수

거침없는 급성장과 갑작스런 몰락의 배경이 여전히 수수께끼에 싸인 안방보험의 흥망사에는 덩샤오핑 이외에도 많은 유명인이나 유명 기업의 이름이 등장한다. 
 
안방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건 전통을 자랑하는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2014년 전격 인수해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긴 일이었다. 그 일주일 뒤에는 벨기에의 보험사 피데아의 지분 100%를 먹어삼켰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뒤편에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서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뒤편에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서 있다. [AP=연합뉴스]

 
2016년 1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제럴드 쿠슈너 소유의 뉴욕 부동산에 거액의 투자 협상을 벌이다 무산된 일도 있었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쿠슈너가 미국의 외교정책에 개입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과 거래관계를 통해 사적 이익을 얻는 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일어 협상이 무산됐다”고 분석했다. 
그처럼 승승장구하던 안방의 몰락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주도했다는 게 중국 경제계 안팎에 퍼진 정설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안방보험은 2004년 자본금 5억 위안(약850억원) 으로 설립됐다. 지난해 6월 현재 자본금은 7000억 위안, 총 자산은 2조 위안이었다. 설립 10년을 갓 넘긴 신흥기업이 단기간에 자본금을 1400배로 불리며 해외 업체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는 큰 손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력과의 ‘꽌시’(關係ㆍ커넥션)가 안방 성장의 비밀이란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는 설립자 우 회장과 덩샤오핑과의 인척 관계였다. 그는 2004년 덩의 둘째 딸 덩난(鄧楠)의 사위가 됐다. 이 결혼은 그의 세번째 결혼으로 알려져 있다. 두번째 부인 역시 저장성 부성장을 지낸 유력간부의 딸이었다.  
 
그는 2004년 설립 무렵까지는 자동차 딜러 업계의 큰 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의 든든한 또하나의 배경은 친구이자 공동설립자인 천샤오루(陳小魯)였다. 그는 중국에서 10대 혁명원로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천이(陳毅) 전 부총리ㆍ외교부장의 아들이다. 혁명 원로 2세를 뜻하는 ‘홍이대(紅二代)’의 후광을 입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안방 설립 초기의 이사진 속에는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 대표를 역임했던 유력 관료도 포함돼 있었다.  
 
안방의 광폭 행보는 지난해 6월 급제동이 걸린다. 유력 경제주간지 차이신(財新)을 통해 우 회장의 연행설이 보도된 직후 안방 그룹은 그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가 안방을 포함, 완다ㆍ하이난항공 등 M&A 큰 손들의 금융 부정 여부를 조사중이란 뉴스가 잇달아 나왔다. 단기 고금리 금융상품을 운용하면서 불법적으로 M&A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이었다.  
 
중국 금융 당국이 안방에 손을 보게 된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흘러나왔다. 안방의 고속성장을 가능케 했던 정경유착이 밝혀졌다는 설과,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중국 금융당국이 해외 자본유출 규제를 지시하면서 안방도 타깃에 포함됐다는 설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해 4월 금융 질서 바로잡기를 특별지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안방이 구체적으로 어떤 불법 행위를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위탁경영 착수를 공식 발표한 보감회는 “안방그룹의 경영안정을 유지하고 보험소비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안방그룹에 보험법규를 위반한 경영행위가 존재해 보험금 지급 능력이 심각하게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어발 M&A 전략을 펼쳤던 안방그룹은 한국과도 무관치 않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 생명의 지분을 차례로 인수한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안방 몰락의 불똥이 국내에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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