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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북·미 물밑 채널 핵심 서훈 국정원장 "나는 종북 아닌 지북"

중앙일보 2018.02.24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서훈 국정원장

서훈 국정원장

서훈(사진) 국가정보원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간 채널과 한·미 채널의 물밑 주역으로 움직이고 있다.
 

청와대 “김영철 부장 상대방” 공개
문 대통령 김여정 접견 때도 배석
미국 CIA와 북·미 회동 관련 접촉도

속도전으로 진행 중인 남북 관계의 진전엔 서 원장이 있다는 게 북한 대표단의 방한 과정을 통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김여정을 접견하는 자리엔 미리 공개된 배석자 명단엔 포함되지 않았던 서 원장이 들어왔다. 이어진 오찬에서 취재진이 빠져나가자 문 대통령은 서 원장을 김여정 일행에게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서 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거론하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한을 자주 방문했던 분들이다. 제가 이 두 분을 (이 자리에) 모신 것만 봐도 남북 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면 밑에 있었던 서 원장의 역할은 22일 확인됐다. 청와대가 북한과의 물밑 접촉 채널이 국정원과 북한의 통일전선부라는 사실을 사실상 공개하면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 때 대표단으로 내려보내는 것과 관련해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에선 아무래도 국정원 라인이 가동될 수밖에 없다”며 “서 원장이 북한 대표단장인 김영철의 상대방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서 원장의 국정원 라인이 김영철의 통전부 라인과 비공개로 접촉했음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 명예교수는 지난달 말 중앙일보에 “북한이 북·미 접촉을 주선하는 우리의 말을 잘 듣지 않아서 서훈 원장이 상당히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쪽과도 북·미 회동 문제로 접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국정원 라인이 가동되면) 저쪽(미국)에선 자연스럽게 CIA 라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회적으로 이를 알렸다.
 
서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북 전문가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안보외교 분과장을 맡아 일찌감치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장을 예약했다. 대선 당시 그는 사석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종북이 아니라 지북(知北)”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북한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기껏 북한에 들어갔던 주방장 같은 사람의 전언을 듣는 수준에서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김정은의 협상 전략을 누가 이해하겠느냐”고 말했다. 국정원 내부 출신인 서 원장은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는 실무를 주도했다. 서 원장은 국정원장 취임 이전인 지난해 사석에서 2014년 아시안게임 때 북한이 내려보냈던 황병서·김양건·최용해를 정부가 제대로 만나지 않은 데 대해 ‘실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들을 보낸 것은 대화를 재개해 보자는 김정은의 강력한 메시지였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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