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퇴직 때 자녀 채용, 5년 마다 순금메달 … GM 노조의 복지

중앙일보 2018.02.24 02:30 종합 6면 지면보기
한국GM 노조가 23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GM 노조가 23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GM 노동조합이 지난해 임금 이외에도 3038억원 상당의 복리후생 혜택을 누린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평균 8700만원) 이외에도 노조원(1만3449명) 1인당 평균 2259만원의 복지 혜택을 누렸다는 의미다. 연봉과 복지 혜택을 합치면 지난해 한국GM이 근로자에게 1억원 이상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복지제도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작년 3000억, 1인당 2000만원 혜택
사내식당 메뉴까지 노조 검토 필요

파업으로 공장 멈춰도 월급 70% 줘
“노조의 희생 없는 세금 투입 말아야”

 
중앙일보가 23일 입수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GM 노조원은 임금과 별개로 다양한 혜택을 누렸다. 50L 상당 주유권에 사기진작비·송년회비·전철표도 받았다. 건강검진은 물론 한방 관리비용도 사측이 지원한다. 10년 이상 근속하면 5년 마다 금메달(근속연수별로 3~5돈)과 여행비(근속연수별로 최대 5일)를 지급하고 퇴직할 땐 위로잔치도 열어 준다.
 
특정 시점이 되면 정기적으로 선물을 받는다. 명절이면 복지포인트(30만원 상당)를 받고, 휴가철엔 숙박시설 이용포인트(10만원 상당)를 받는다. 매년 창립기념일(10월 17일)엔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고 사측이 기념선물을 지급한다.
 
 
한국GM 단체협상 121조에 따르면 학자금과 관련, ▶유치원 80만원 ▶중·고교 입학금·등록금·육성회비 전액 ▶대학 입학금·등록금 전액(최대 12학기)을 지급한다. 추가로 노조원 본인이 국내외 대학에 입학하면 재학 기간을 근속연수에 포함하고 통상임금의 70%를 지급할 수 있다.
 
차량 구입 혜택도 주어진다. 노조원이 차를 살 때는 최대 1000만원 안팎을 깎아 준다(임팔라·카마로 기준). 임직원이 차량을 구입·수리할 때 할인하는 규정(21%) 때문이다.
 
통근버스 노선·금액은 노조 동의가 필요하고 사내 식당의 원산지·재료도 노조 검토를 받는다. 여기에 연·월차, 휴가 등을 사용하지 않아 보전해 준 비용(1040억원)까지 감안하면 단체협약에 따라 한국GM이 지난해 노조원에게 제공한 복지 혜택은 총 2억8075만 달러(3038억원)이라는 게 GM 본사의 계산이다.
 
또 한국GM 단체협약 34조는 사측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노조원 가족을 우선 채용하도록 했다. 조합원이 정년퇴직할 때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몸이 아프거나 장기근속하다가 퇴직해도 가족이 대신 입사할 수 있다. 장기근속자의 기준을 명확히 지정하진 않았지만 포상제도 규정 등을 참고하면 10년 이상 근무로 추정된다. 한국 자동차노조의 ‘고용 세습’은 취업난으로 신음하는 청년실업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는 제도다.
 
공장이 멈춰도 월급은 나온다. 한국GM 단체협약 64조는 ‘회사가 조업단축·휴업·휴무를 시행할 경우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한다’고 규정한다. 폐쇄가 결정된 군산공장 가동률이 20% 수준이었지만 근로자들이 월급을 받았던 배경이다.
 
노조에 특혜도 제공한다. 예컨대 노조가 체육대회·야외수련회를 열면 경비는 사측이 지급한다. 법원 판결로 해고했던 노조원이 복직하면 그동안 못 받은 돈의 2배(200%)를 지급하는 조항도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 경영상황을 감안하면 3000억원의 복지 지출은 정상이 아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노조가 자기희생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정부·기업도 세금을 투입해 일자리를 지켜 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GM 본사, 7000억 대출금 회수 보류=23일 한국GM에 따르면 GM 본사는 정부 실사 기간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5억8000만 달러·약 7220억원)을 회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이렇게 양보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제시하려 했던 담보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정부 요구에 GM이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이다.
 
다만 빌려준 돈을 갚아야 하는 시한을 공식적으로 연장하기보다는 ‘실사 기간’이라는 애매한 시한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불씨를 남겼다. KDB산업은행 측 사외이사들이 차입금 만기 시점을 결정하고 금리(5.3%)를 낮추자는 제안을 했지만 GM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