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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GM 노조의 도덕적 해이, 고통 분담 외면 말라

중앙일보 2018.02.24 01:51 종합 26면 지면보기
50L 상당 주유권에 사기진작비·송년회비, 명절에는 3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 ▶유치원 80만원 ▶중·고교 학비 전액 ▶최대 12학기까지 대학 입학금·등록금 전액 등 자녀 학자금 지원…. 중앙일보가 확보한 한국GM의 단체협약 내용을 보면 천국이 따로 없다.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원이 누리는 혜택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정년퇴직자·장기근속 노조원 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조항까지 있다.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청년의 일자리를 뺏는 ‘고용 세습’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조업 단축이나 휴업 등으로 공장이 멈춰도 평균임금의 70%까지 받을 수 있다. 덕분에 군산공장 노동자들도 가동률이 20% 수준이었음에도 상당한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노사 간의 자율적 합의로 만든 단체협약에 의해 조합원들이 풍족한 복지를 누리는 것 자체는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국GM은 2조원 적자가 쌓여 공장 한 곳이 폐쇄되고 큰 폭의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회생을 위해선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할 상황이다. 회사는 바람 앞의 등불인데, 노조의 도덕적 해이는 갈수록 태산이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GM 본사를 공격하고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지만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자구 의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제 기득권을 하나도 내놓지 않겠다는 노조를 위해 세금을 쓸 수는 없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지속 가능한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 등 한국GM 사태에 대한 3대 원칙을 발표했다. 한국GM 노조는 당연히 여기에 예외가 될 수 없는 당사자다. 우리는 관계부처 장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뽑아낸 이 3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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