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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경의 한류탐사] 대중문화라는 유산

중앙일보 2018.02.24 01:49 종합 24면 지면보기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대중문화도 유산일까? 영화의 경우 제7의 예술로 인정되어 문화유산으로서 지원되고 아카이브가 만들어져서, 과거와 현재의 모든 영화가 우리 시대의 기록인 동시에 창작물로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비틀즈의 음악과 공연,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미국드라마와 뮤직비디오는? 이 대답은 쉽지 않은 것이지만, 이들이 공동체적 삶의 경험과 의미를 담고 있는 당대의 유산임에는 틀림없다.
 
이 질문을 한국의 대중문화에 제기해보면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한류를 촉발한 90년대 드라마를 참조, 활용하려면 어떤 수단이 있을까? 서태지와 90년대 아이돌 1세대의 전설적 콘서트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려면? 오래된 VHS테이프를 디지털화한 질 낮은 화면들조차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볼 수 있고, 드라마는 유료 서비스 또는 저작권자가 소장한 원본, 아니면 팬들의 노동의 결과인 인터넷의 웹2.0형 드라마 아카이브의 신세를 져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현재는 마지막 방법이 가장 손쉬운 접근이다. 디지털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기존 문화산업 주체들뿐만 아니라 팬들이 생산한 많은 2차 시청각물을 통해서 대중문화가 소비되고 있는데, 20~30년 이후 오늘의 대중문화에 대한 어떤 기록을 가질 수 있을까? 다량으로 생산되는 새로운 시청각물에 밀려 어디론가 흘러가 버리고, 아마도 접근이 어려운 저작권자들이 간직한 몇 시간 분 방송출연분과 상업화된 음반 및 공연 DVD로 남을 것이다.
 
한류탐사

한류탐사

2015년 유네스코는 생방송 텔레비전 프로그램 ‘남북 이산가족찾기’를 세계 기록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한국인의 분단경험을 인류 전체가 영원히 기억하고 참조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텔레비전이 생산하는 창작물을 작품으로 간주해서 공적 기관이 보관하고 제2의 삶을 위해 유산으로 대접한다. 그 결과 과거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필요에 따라 참조하기 쉽고 보존상태가 좋기 때문에 2차 경제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문화물의 재활용이 활발한 트랜스 미디어의 시대에 한류 아카이브는 참조대상으로서만 아니라 2차 경제의 쓰임새가 클 것이다. 한류를 흘러가는 대중문화의 강물에서 구해 동시대의 유산으로 인식하고 문화적, 경제적 자산화하기가 필요하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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