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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비트코인

(12) 최초의 동반자

중앙일보 2018.02.24 01:06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채굴하며 느낀 소감을 간단히 적어보고 학계에도 보고하려면 전문적인 지식과 문제점도 알아야 한다. 릭의 프로그램은 상당한 것이었지만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꿈의 의미는 무엇일까? 괜히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장비는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으로 보였다. 릭이 말한 것처럼 비트코인이 처음에는 캐기가 쉽지만, 나중에는 일반 컴퓨터로는 채굴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만약 누군가 월등한 기계를 투입해 항상 그 사람만 채굴하게 된다면 비트코인은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인기가 없으니 그런 걱정은 할 이유는 없었다. 다른 문제점은 없을까를 생각하는데 블록에 저장된 거래 내역이 수정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100달러짜리를 1000달러짜리 거래 내역으로 고치고 싶은 사람들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릭의 기술을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위조가 판치는 것은 디지털 세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그 거래가 어느 특정인이 한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서명이 필요하다. 그는 이를 완벽에 가까운 암호화 문제로 해결하였다. 그게 그의 비밀 병기였다. 누군가 위조나 변조를 하면 암호화된 해쉬값이 바뀐다. 참가자들은 원본 내용이 모두 완전히 같은지를 해쉬값으로 비교가 가능하다. 만약 해쉬값이 다르다면 그것은 위조나 변조를 의미한다. 해쉬값을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릭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는 상당한 기술자였다. 입력 값의 미세한 변화에도 결괏값이 완전히 다르게 바뀐다는 것. 그것은 암호학에서는 필수이다. 암호학자인 호르스트 파이스텔(Horst Feistel)은 이를 ‘눈사태 효과(Avalanche effect)’라 말한다. 채굴하면서 느낀 것인데 해쉬 함수 계산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유사했다. 이 주사위를 던지는 게 갈수록 어려운 구조로 릭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수도 없는 주사위를 꿈속에서 만난 공장 같은 곳에서 던지는 모습을 상상하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현재 이 네트워크에는 나 혼자다. 많은 사람을 끌어모아 멋진 세상을 창조할 의무가 내게 있었다. 나는 창세기 블록을 프린트하여 그것을 동봉한 이메일을 보냈다. 나 이외에 비트코인을 전송할 사람도 없다. 지불수단으로도 쓰일 여지는 제로였다. 전송의 목적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도록 유인할 목적에서였다.

 
"첫 번째 비트코인이 만들어졌음을 발표합니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전자 화폐 시스템이며 P2P 네트워크를 사용함으로써 이중 지불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중앙 서버도, 중앙집권화된 권력도 없는 완벽히 탈중앙집권화된 시스템입니다.“

 
사람들은 가상의 세계에서 이중으로, 중복으로 지불한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그리고 수수료가 비싼 것도 걱정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한데, 과연 사람들이 이를 알아줄까 고민이 되었다. 나는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몇 개의 이메일 주소를 공개적으로 사용했다. 모든 이메일 주소는 암호화되어 있어서 내가 누구인지는 추적할 수 없었다.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건 좀 지루한 작업이었다. 나는 혼잣말을 되뇌었다.

 
“아니, 이 멋진 세상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지. 사실 이메일을 받은 사람들은 전에도 이런 종류의 얘기들을 많이 들어봤을 거야. 대부분 이런 시도들은 실패에 그쳤기 때문에 내게 특별히 이전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성공했을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을 수도 있겠구나.”

 
사람들은 사기 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위 이중 지불 문제를 비트코인이 해결했다는 것을 믿지 않는 듯했다. 과거의 거래 내역 유효 확인 업무는 중앙은행의 당국이 했다. 그런 당국이 없는 모델에서는 필연적으로 이중 지불 문제가 중요하다. 이런 일들이 과거에 번번이 실패했기에 암호학 전문가 커뮤니티도 믿지 않는 듯했다. 내 이메일에 대한 반응이 미적지근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니 속이 상했다.

 
“나와 친구들의 걸작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어. 그렇게 되면 우리는 비트코인 왕국을 건설할 수 없는 거야.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이다. 일단 한번 사용되기 시작해야 해. 제발 누가 나타나 줘.”

 
나는 비트코인의 최초 어댑터였다. 이제 두 번째 어댑터가 필요했다. 철저히 나를 숨기기 위해서는 모르는 인물이 필요했다. 어머니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 이건 릭의 당부였다.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그는 친구를 위한 말을 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당시 이메일을 수신한 사람 중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인 사람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실망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당시 53세 중년 남성이었던 할 핀니(Hal Finney)라는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그가 ‘2번 노드’가 된 것이다. 시험 삼아 나는 최초 조력자의 지갑으로 비트코인 10개를 옮겼다. 그는 내 이메일의 수신자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관심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다시 2주짜리 특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지갑을 만들며, 서로에게 전송하였다. 할 핀니와 내가 둘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운영했던 결과는 비트코인이 꽤 쓸 만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는 서로 협업하고 노트를 공유했으며,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가동하고 실행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내가 보낸 안내문에 나온 대로, 핀니는 소프트웨어를 다운받고, 지갑을 만들었으며, 비트코인 50개 블록을 채굴한 것이다. 너무 기뻐 릭에게 전화를 걸었다.

 
“릭, 드디어 상대를 찾았어. 우리는 2주간 특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좀 있으면 사람들이 구름같이 달려들 거야. 너와 린다도 얼마 후에 참여해 줘.”

 
릭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추이를 지켜보자고. 우리는 지금은 너무 고요한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이야. 나는 폭풍이 치는 바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생각하고 있어. 그래야 서핑이라도 타는 것 아니겠니. 너무 고요한 바다에는 낚시나 하는 거고. 물론 고요한 바다도 재미가 있을 수 있지. 물 반, 고기 반이라면 말이야. 나는 그런 바다를 원해. 낚시를 던져 멋진 물고기를 마음대로 건질 수 있는 그런 바다를 꿈꾼다.”

 
나는 릭에 흔쾌히 응수했다.

 
“상어는 만나지 않을 거야. 사람을 헤치지 않는 고래잡이를 하러 가는 기분으로 바다로 나가자. 세상의 모든 소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헤쳐 나가는 릭과 빌의 비트코인이라는 배는 이제 항해를 시작했노라. 릭. 우리의 배가 전복되지 않고 순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기도를 해줘. 그 배를 더욱 키워 이 세상 사람들을 다 태우고 싶은 것이 내 목적이야. 그 에덴동산으로 가는 길에 친구여, 나를 배신하지 말아줘.”

 
릭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친구 좋다는 게 뭐니. 너와 나의 우정은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 같은 것이야.”



전화를 끊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다른 이들이 비트코인을 알아채고는 흥미를 갖고 모여들었다. 내가 사이트에 개설한 채팅 채널은 비트코인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되었다. 신규 진입자들이 지속해서 유입되어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았다. 그들은 네트워크의 새로운 노드가 되었고 비트코인 채굴 작업에 착수했다. 상호 간의 소통을 위해 우리의 채팅 채널은 인기를 얻게 되었다. 비트코인 사용자들의 커뮤니티가 갈수록 커졌다. 핀니는 그의 컴퓨터가 일주일 정도 더 비트코인을 채굴하게 했다. 그는 비트코인 약 1000개를 생성시켰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지속해서 엄청난 강도의 데이터 작업을 요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핀니는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 핀니는 이렇게 계속하다간 컴퓨터가 고장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 그래서 그는 채굴을 그만두고 두 번 다시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훗날 그는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그는 휠체어 생활을 하였고 생명 유지를 위해 의료 기기와 그의 아내에게 완전히 의존했다. 그러다가 2014년 8월 사망했다. 그는 비트코인 개척자 중 한명으로 기억되었다. 그의 아내는 그가 언제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그의 시신은 지금도 극저온 냉동상태에서 보관되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릭에게 전화를 걸었다.

 
“릭,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추가로 새로운 유저가 유입되니 많은 문제가 생겨. 채굴을 그만두는 사람도 생기고.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컴퓨팅 파워와 전기 소모량이 증가한다고 해. 우리 코인을 얻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느낌이야.”

 
릭은 내게 말했다.

 
“오. 순진한 빌. 너는 월가에서 뭘 배웠니. 너 피라미만 잡고 싶어. 우리는 고래를 잡을 거야. 그런 현상은 내가 꿈꾼 세상이야. 경쟁의 과부하를 나는 예상했어.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 나는 그렇게 프로그래밍을 한 거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컴퓨터 노드가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는 확률도 줄어드는 것은 내가 바란 것이야. 첫날 내가 네게 말한 것이 생각나지 않니. 비트코인이 발전하려면 코인을 얻기 위한 대체적 채굴 방법이 있어야 해.”

 
나는 그의 말을 이해했다. 그러나 그는 즉답을 회피했다. 내가 그게 뭐냐고 말하자 그는 약간 신경질 나는 어투로 말했다.

 
“이봐. 빌, 세상에 공짜는 없어. 처음에는 그게 공짜이지만 그게 나중에도 공짜라고 생각하니. 그건 아니야. 그리고 우리의 세상을 더 크게 만들려면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증가해야 해. 달러나 다른 통용되는 통화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것이 필요한 거지. 너 월가의 잘나가는 사나이 아니었니?”

 
나는 그의 말을 이해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문제는 가격이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다. 사람들이 설마 비트코인을 두고 골드 러쉬를 꿈꾸는 것은 아니겠지. 그리고 그해 가을이 왔다. 많은 것이 변한 시기에 가을은 추억처럼 무르익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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