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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권력 아마겟돈 … 윤석열의 칼이냐 MB의 방패냐

중앙일보 2018.02.24 00:35 종합 12면 지면보기
정점 치닫는 과거 정권 비리 의혹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MB 코앞 겨눈 윤석열 사단
다스 실소유주 논란 등 3대 의혹
형사처벌 마지막 퍼즐 찾는 단계

다시 뭉친 MB맨 방어진 구축
맹형규·하금열·김효재·이동관 …
옛 핵심 실세들로 비서실 꾸려

검찰 도우미로 돌아선 측근도
김백준·김희중 특활비 상납 진술
금고지기 2인, MB 차명 재산 실토

 
검찰이 ‘적폐청산’을 내걸고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이다.
 
그 중심에는 윤석열(58·23기) 중앙지검장을 필두로 한동훈(45·27기) 중앙지검 차장검사가 있다. 그 이하의 특수·첨단범죄수사부장이 이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윤 지검장은 지난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고 한 차장검사는 그 휘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특검 2라운드’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난 22일엔 서울동부지검에 꾸려진 ‘다스 횡령 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팀(팀장 문찬석 차장검사)이 중앙지검 수사팀에 합류하며 화력이 보강됐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핵심 의혹은 ▶다스 실소유주 논란▶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삼성의 다스 변호사 비용 대납 사건 등 3가지다. 검찰 안팎에선 이 세 가지 사건 모두 ‘돈의 흐름과 정황증거,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마지막 퍼즐을 맞춰가는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이 전 대통령 코앞까지 치달으며 형사 처벌이 가능한 수준까지 진전되고 있다는 의미다.
 
화력 집중하는 검찰과 방어하는 MB

화력 집중하는 검찰과 방어하는 MB

검찰발(發) 적폐청산은 지난해 7월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본격화했다. 검찰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민간인을 동원해 정치에 개입한 ‘민간인 댓글부대(사이버 외곽팀)’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며 적폐 수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후 검찰은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정치인·연예인 블랙리스트 의혹▶국정원 특활비 상납▶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민간인 불법 사찰 등 수사 대상을 넓혀갔다.
 
지난 8개월간 검찰은 90여명의 검사를 투입하며 적폐청산의 외연을 넓혀나갔지만 관련 수사는 ‘전직 대통령’을 주요 피의자에 올리는 결과로 귀결됐다. 실제 그간 검찰이 다룬 적폐청산 수사의 중심엔 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다. 특히 지난달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국정원에서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로 추가기소한 이후엔 검찰 수사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윤석열 사단’을 중심으로 화력을 집중하는 데 맞서 이 전 대통령 측에선 최측근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서실’을 꾸렸다. 비서실은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8~2013년 각 정부부처의 장관 및 청와대 참모진 출신으로 구성됐다.
 
맹형규(72) 전 행정안전부 장관, 하금열(69)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효재(66)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동관(61) 전 홍보수석, 장다사로(61) 전 총무기획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MB정부 당시 ‘핵심 실세’로 군림했다. 이들은 검찰의 수사 진행경과에 맞춰 입장을 정리하고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물론 언론에 대한 공보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일부 측근 인사들은 검찰 수사 및 재판에 대비해 외곽에서 법률 지원을 맡고 있다. 강훈(64·14기) 변호사와 정동기(75·8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몸담고 있던 법무법인 바른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법률 지원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최근 사표를 냈다. 특히 강 변호사는 2007년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2008년 BBK 특검 당시 이 전 대통령과 처남인 고(故) 김재정씨의 변호를 맡은 인물이다. 현재로썬 이 전 대통령이 꺼낼 수 있는 최고의 방패인 셈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강 변호사가 치프(chief) 역할을 맡아 법무 관련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함께 일했던 법조인들이 하나둘씩 모여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으나 지금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며 혐의 입증의 단초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50)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대표적이다. 김 전 기획관은 청와대 안살림을 책임지는 총무기획관인 동시에 이 전 대통령의 개인사까지 책임지는 ‘영원한 집사’로 불린 인물이다. 김 전 실장 역시 1997년 이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일 당시 비서관으로 발탁되며 인연을 맺은 최측근 중 한명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두 명의 최측근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과 삼성의 다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핵심 진술을 제공하며 검찰의 ‘특급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관련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특활비 4억원을 수수했다”(김 전 기획관), “특활비 수수는 이 전 대통령이 깊이 개입했기 때문에 돈의 액수나 쓰임새 등 사건의 전모는 이 전 대통령 본인만 안다”(김 전 실장)는 취지의 진술은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특활비 상납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한 배경이 됐다. 한때 같은 편이었으나 지금은 등을 돌린 최측근들의 핵심 진술이 이 전 대통령을 사지(死地)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MB 향하는 3갈래 수사

MB 향하는 3갈래 수사

수십년간 비선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해 온 ‘금고지기 3인방’의 진술 역시 검찰 수사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이들 3명 중 이영배 금강 대표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구속수사를 받는 상태로,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내역을 대부분 실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장부’를 없애려다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지난 13일), 구속(지난 15일)된 이 사무국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고 진술했다. 또 자신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했고 최근까지도 그 변동 직접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내용도 털어놨다. 도곡동 땅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 다스 지분을 매입한 종잣돈이 됐다는 점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주=다스 실소유주’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3명의 재산관리인 중 마지막 한명인 정모씨는 이 전 대통령 처남인 고(故) 김재정씨의 부인과 조카 김동혁씨가 보유한 부동산 수입을 관리한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동산 수입이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인 정씨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점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이 처남과 조카의 명의를 활용해 부동산을 차명 보유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S BOX] MB ‘직접 뇌물죄’ 성립 열쇠는 도곡동 땅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차명재산 보유, 삼성의 다스 변호사비용 대납 사건을 관통하는 핵심은 ‘도곡동 땅’이다. 검찰 내부에선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찾는 작업은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국민적 질문에 대한 대답일 뿐 아니라 삼성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과 관련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뇌물’로 의율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곡동 땅은 각각 이 전 대통령의 친형·처남인 이상은 다스 회장과 김재정씨가 1985년 5월 공동으로 매입한 4240㎡ 규모의 땅이다. 이들은 당시 15억6000만원에 매입한 땅을 10년 뒤인 1995년 9월 포스코개발에 263억원에 팔았다.
 
이 회장은 땅 매각대금을 활용해 다스 지분을 인수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스 전체 지분의 47%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다. 땅 매각자금이 다스 지분을 매입한 종잣돈이 됐다는 점에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다스의 최대주주이면서 동시에 실소유주가 된다는 의미다. 실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오랜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도곡동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점을 적시했다. 검찰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도곡동 땅 실소유주=MB=다스 실소유주’라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면 삼성이 다스의 변호사비용을 대납한 사건 역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뇌물’이 된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가 아닐 경우 삼성의 변호사비 대납은 ‘제3자뇌물’로 삼성 측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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