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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Behind & Beyond] ‘작은 거인’ 김수철과 기타

중앙일보 2018.02.24 00:03 종합 19면 지면보기
2017년 12월 18일 중앙일보 스튜디오로 온 가수 김수철씨, 기타는 그의 분신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17년 12월 18일 중앙일보 스튜디오로 온 가수 김수철씨, 기타는 그의 분신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수 김수철의 인터뷰를 통보하며 취재기자가 내게 물었다.
 
“김수철 씨에게 무엇을 준비하라고 할까요?”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기타요.”
 
김수철과 기타는 뗄 수 없는 관계다. TV와 공연장에서 본 그의 모습,
 
늘 기타와 함께였다. 자그마치 40년, 그 모습 그대로였다.
 
더구나 그가 『작은 거인 김수철의 음악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고 했다.
 
김수철과 음악, 그렇다면 더욱이 기타가 빠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기타를 준비해 달고 말했다.
 
인터뷰 하루 전,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기타를 안 가지고 가면 안 되나요?”
 
“안됩니다. 무조건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날씨가 추우면 기타가 굽습니다.”
 
“사용 안 하는 기타를 들고 오시면 되잖습니까?”
 
“사용 안 하는 기타는 없습니다. 연주용인데 대가 휘면 연주하기 힘들어집니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추위가 기타의 대를 휘게 할까 하여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에게 기타가 소중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기타 없는 김수철은 상상할 수 없으니 정중히 다시 부탁했다.
 
“어느 인터뷰에서 기타와 한 몸이라고 말한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기타 없이 혼자 오시면 진짜 김수철이 아니고 반 만 오는 거잖습니까?”
 
그때야 그가 그리하겠노라 답을 했다.
 
그가 기타를 들고 스튜디오로 왔다. 자연스레 기타 연주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코드를 짚는 왼손 손가락이 0.7cm가량 깁니다. 이렇게 많이 쓰니까 길어졌어요.”
 
구태여 길이를 재지 않아도 확연히 길게 보였다.
 
그의 왼손 손가락을 이토록 길어지게 만든 기타 역사는 이렇다.
 
가수 김수철씨의 허리띠 버클 위치는 왼쪽 옆구리 쪽이다. 기타연주시 버클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대학때 부터 한 습관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수 김수철씨의 허리띠 버클 위치는 왼쪽 옆구리 쪽이다. 기타연주시 버클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대학때 부터 한 습관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고등학교 때 아버지에게 들킬세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1986년 기타 산조를 선보였다.
 
1989년 무용음악 ‘불림 소리’로 대한민국 무용제 음악상을 받았다.
 
1993년 영화 서편제 주제곡 ‘천년학’ 음반이 100만장 넘게 팔렸다.
 
올림픽·월드컵·엑스포 음악을 했다.
 
음반 37장을 냈으며 게 중 25장이 국악을 현대화한 것이다.
 
그렇게 낸 25장의 국악 음반은 모두 자비로 만들었다.
 
그 바람에 얼추 쓴 게 150억원이라고 했다.
 
“그 돈으로 건물을 샀다면 떵떵거리며 살았을까요?
 
사실 음악 외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가부키, 레게 음악처럼
 
우리 전통 음악을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끌어올리고 싶을 뿐입니다.”
 
지난해 그는 별다른 기념 무대 없이 40주년을 그냥 보냈다.
 
“100인 규모 오케스트라 공연을 기획했는데 후원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10억원 남짓 듭니다. 세계에 없는 우리의 소리를,
 
우리만의 재미와 감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국 못했습니다.”
 
우리 음악을 몰랐던 부끄러움에서 비롯되어
 
삶의 화두처럼 여태 껴안고 사는 게 국악의 현대화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며 그가 바지 매무새를 다듬었다.
 
허리띠의 위치가 남달랐다. 왼쪽 호주머니 바로 위에 버클이 있었다.
 
기타 연주 시 걸리지 않게 어릴 때부터 해 온 습관이라고 했다.
 
이젠 기타가 있건 없건 늘 그리한다고 했다. 40년을 그리해 왔다고 했다.
 
오롯이 기타와 함께해 온 김수철의 삶, 그 삶의 증거처럼 보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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