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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김여정은 악의 가족", 노어트 "김영철 천안함 가 보라"

중앙일보 2018.02.23 12:49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2일 메릴랜드주 내셔널 하버에서 열린 보수 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 "김여정은 악의 가족 패거리"라고 비난했다.{EPA=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2일 메릴랜드주 내셔널 하버에서 열린 보수 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 "김여정은 악의 가족 패거리"라고 비난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약속대로 장녀 이방카를 보냈긴 했지만 평창 외교전 2라운드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훨씬 냉랭해졌다.
 

北 김영철에 더 냉랭한 평창 2라운드
이방카 "올림픽 선수들 응원가는 것"
NSC "이방카, 김영철과 만날 일 없다"

美 전문가 "방남 허용, 문 대통령 큰 실책,
정상회담 독촉해도 동맹 이간 허용 말아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청와대 회동 약속을 두 시간전 무산시켰다고 열흘 지나 공개한 데 이어 22일 “김여정은 악(惡)의 가족 패거리”이라며 원색 비난했다.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출발하기에 앞서 중앙일보와 만나 “나는 올림픽에 한ㆍ미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북한 폐막식 대표단과 만날 가능성을 직접 부인했다. 이런 반응들은 북한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폐막식 대표단장으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한 후 반나절 만에 나온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내셔널 하버에서 열린 공화당 정치후원단체 보수 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지구상 최악의 전제ㆍ폭압 정권의 중심기둥이자 악의 가족 패거리”라며 “그들은 2500만명 북한 주민을 짐승 취급하고 예속시켰으며 굶기고 투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살인 독재정권과는 나란히 서지 않고 맞서 싸울 것”이라며 “북한이 우리나라와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고 핵ㆍ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계속 강하게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막식 때 남ㆍ북 선수단이 단일기로 함께 입장할 때 일어서지 않은 것에 대해 “외교적 결례”란 일부 언론에 비판에 대해 “살인 독재정권에 맞선 것”이라고 반박한 셈이다.
 
미국 대표단장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올림픽 폐막식 방한은 미국과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러 가는 것”이라며 북한과 접촉 가능성마저 차단한 것도 이런 강경해진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도 이날 이방카 보좌관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폐막식장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없다(No)”고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 사건에 연루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방남과 이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제재 일시 해제(waiver)에 대한 입장을 묻는 데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미 국무부에서 브리핑하는 헤더 노어트 대변인[AP=연합뉴스]

미 국무부에서 브리핑하는 헤더 노어트 대변인[AP=연합뉴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테러리스트의 방남을 허용할 거냐"는 질문에 "먼저 그가 (천안함) 기념관에 가서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직접 볼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유엔과 협력해 올림픽 기간중 특정 개인이 방문할 수 있도록 각종 제재를 면제하고 있다"며 "우리 역할은 한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안전하고 휼륭한 올림픽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 소식통은 이에 “미국은 올림픽 성공 개최에는 협조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반대하진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미국이 대놓고 김영철의 방남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의 의도롤 용인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미 전문가들도 "김영철의 방남은 국제 제재를 허물고 한ㆍ미 동맹을 시험하려는 것"며 "이를 허용한 건 문 대통령의 거대한 실책"이라고 경고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김영철 파견 결정은 한국이 남북관계 모멘텀을 선택하느냐, 유엔 제재를 유지하고 천안함 46용사의 죽음을 기릴 것이냐 사이의 선택을 강요하는 노골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이미 김여정이 포함된 유엔이 ‘인류에 대한 범죄’로 규정한 반(反)인권제재 면제를 추진한 것을 포함해 최소 3명의 북한 구성원의 제재 면제를 하는 전례를 만들어 국제적 압박 결의를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 대북제재 감시단원 출신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북한학)는 "김영철 방남수용은 문재인 정부의 거대한 실책”이라며 “그에게 올림픽 폐막식 참가라는 영예를 허용한다면 그를 제재했던 목적은 뭐였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머리를 조아(叩頭)리게 만들어 많은 한국인과 미국인을 분노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 소장은 “한국이 올림픽 정신을 앞세워 방남을 허용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정적 증거가 있다면 그를 전범으로 기소하거나 방남을 거부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크로닌 소장은 “김영철이 방남에서 평양 방문 초청을 수락하라고 재촉하더라도 한ㆍ미 양국은 북한의 동맹 이간 전술을 허용하지 말고, 비핵화로 가는 북한의 진지한 조치 없이는 제재와 압박을 약화하지 않는 통일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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