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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무조건 해줘야 해”…드러나는 강원랜드 부정취업 전말

중앙일보 2018.02.23 06:00
2013년 4월 13일 밤 강원랜드 관사 안.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이 인사담당자 A씨를 따로 불렀다. A씨가 들어오자 최 사장은 사람 이름이 나열된 리스트를 조심스럽게 탁자에 올려놨다. 다음 날엔 강원랜드 채용 최종합격자 발표가 예정돼 있었다. 

최흥집 “난처하니 어떻게 좀 해봐”
합격자 발표 몇 시간 전 끼워넣기
21명 리스트… ‘전원 합격 조작’
검찰 곧 관련자 소환조사 방침

 
“염동열 의원실이 부탁한 건데 무조건 해줘야 해.”(최흥집 사장)
“사장님, 면접까지 다 끝났어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A 인사담당자)
“지역구 국회의원이야. 난처하니 어떻게 좀 해봐.”(최 사장)
 
최흥집 당시 사장은 이런 식으로 ‘부정 취업’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위의 대화는 검찰수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당시 상황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최 사장은 한참 아랫사람인 인사 담당자를 밤에 따로 불러 읍소에 가까운 지시를 한 걸까.
 
검찰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2013년 당시 카지노 증설로 인한 인력 수급이 필요했다. 그래서 새로 채용 계획(2차 high1 교육생)을 세우게 됐다. 채용 절차는 원서 접수(3월25~29일)→서류 전형(3월30일~4월3일)→인ㆍ적성 검사(4월5일)→면접 전형(4월9~12일)→최종 발표(4월14일) 순으로 진행됐다.
강원랜드 카지노 전경. [중앙포토]

강원랜드 카지노 전경. [중앙포토]

최 사장은 최종 합격자가 다 정해지고, 공식발표를 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청탁 리스트’를 주며 추가 합격을 지시한 것이다. 강원랜드 인사담당자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궁리 끝에  쓴 수법은 ‘청탁 리스트’ 중에서 채용에 응시해 면접까지 오른 지원자를 추려(21명), 이들을 전부 합격시키는 것이었다.
 
이후 최흥집 전 사장은 업무방해와 강요 등 혐의로 구속됐다.
춘천지검은 지난해 4월 채용 청탁 의혹을 받는 인사들을 조사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해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수사팀에 있던 안미현 검사가 ‘수사 외압’을 주장해 현재 재수사가 진행 중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은 지난 20일 강원랜드에 채용을 청탁한 인사 10명과 강원랜드 비서실 등을 대상으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어 21일에는 춘천지검장과 차장검사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수색물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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