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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롯데 분쟁 '한 배' 탔던 신동주, 민유성 소송전…"107억원 달라"

중앙일보 2018.02.23 02:30 종합 6면 지면보기
신동주(왼쪽)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민유성 나무코프 대표 [중앙포토]

신동주(왼쪽)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민유성 나무코프 대표 [중앙포토]

 
롯데가(家)의 형제간 경영권 다툼 때 같은 편에 섰던 신동주(64)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 코퍼레이션 회장)과 민유성(64) 전 산업은행장(현 나무코프 대표)이 서로 갈라서 100억원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자문 계약 해지를 통보한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민 대표가 14개월치 자문료(총 107억8000만원)를 못 받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민 대표는 이미 총 182억원대의 자문료를 지급받은 상태라서 거액의 자문료의 성격 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민유성 대표, 신동주 전 부회장에 손배 소송
롯데 경영권 다툼에서 자문 계약 맺으며 '한 배'
신 전 부회장 계약 해지 통보에 소송전 시작

 최근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뇌물 공여 혐의)돼 법정 구속된 터라 두 사람간 소송전이 롯데 지배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더욱이 신 회장이 22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사임하면서 롯데 경영권 분쟁은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측이 한 배를 탄 건 롯데가 형제의 난이 발생한 지난 2015년이다. 신 전 부회장은 그해 1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히는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됐다. 이후 신격호(96) 총괄회장을 통해 신동빈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면서 경영 복귀를 시도했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의 네 차례 표대결은 모두 신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015년 10월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신 총괄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민유성 대표, 신선호 산사스 회장 [중앙포토]

지난 2015년 10월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신 총괄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민유성 대표, 신선호 산사스 회장 [중앙포토]

 민 대표는 그해 9월 신 전 부회장과 자문 계약을 맺고 다툼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54년생 동갑내기다. 신 전 부회장은 민 대표를 ‘친구’‘브레인’이라고 여길 정도로 각별했고 민 대표는 여론전과 경영권 복귀 작업을 주도했다고 한다. 자문 계약은 총 두차례 이뤄졌다. 민 대표 측은 2015년 1차 계약으로 월 8억8000만원씩 1년 동안 105억6000만원을 지급 받았다. 이후 계약기간 2년, 월 자문료 7억 7000만원의 2차 계약을 맺고 10개월치 자문료(77억원)를 추가로 받았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단기계약이 아닌 2년 장기계약인 걸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비싼 자문료”라고 말했다.
 
 자문료의 성격도 문제다. 계약서상에 따르면 ‘프로젝트 L’로 명명된 이 계약의 목적은 '롯데그룹의 국부 유출, 비리 행위 등을 찾아내 신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경영권에서 배제시키는 것'으로 돼 있어서다.  
  
 법적 분쟁은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 9월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민법(제689조 1항)에 따라 위임 계약 당사자가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 대표 측은 "2차 계약 당시 상호합의에 의해서만 계약을 중도해지할 수 있다는 특약을 뒀기 때문에 일방적 해지 통보는 효력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는 일단 사건을 서울법원조정센터에 회부했다. 양측은 지난 19일 1차 조정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3월께 추가 조정에 참여해야 한다.  
롯데그룹 이미지 [중앙포토]

롯데그룹 이미지 [중앙포토]

 민 대표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기도 했다. 2015년 10월 언론에 신 회장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연금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혐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는 지난 1월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박수환(60)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사건’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박 대표는 당시 산업은행장이던 민 대표에게 남상태(68) 전 사장의 연임을 부탁하겠다며 남 전 사장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민 대표 측은 “벌금형 선고 등으로 국책은행장으로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가고 세간의 비아냥을 들어야 했음에도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신 전 부회장 측은 “계약 때 약속한 성과를 못 내고 180억원의 자문료를 받았음에도 나머지 자문료까지 내놓으라니 당황스럽다"고 반박했다. 
2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중앙포토]

2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중앙포토]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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