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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진실의 순간

중앙일보 2018.02.23 01:50 종합 29면 지면보기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국공립 요양병원이나 다른 고령자 보호기관의 직원들이 파업해 불편을 겪게 되면 당신은 잊고 있었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권력의 속성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 권력은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인류의 탄생 때부터 있었던 근원적 현상이다.
 

죽음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는
정치적 권력의 존망과도 연결
평균 수명 길어지는 고령화에
극빈자의 ‘경제적 사망’ 증가
새로운 의료 서비스 등장으로
빈부에 따른 생사 갈림 더 걱정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의 삶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회, 가난한 사람들을 암묵적으로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사회, 사람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사회는 머지않아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권력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권력의 기반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일은 지난 수천 년 동안 끊임없이 되풀이돼 온 일인데, 이제는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듯하다.
 
의료 시스템이 효과적일수록 질병 치유율이 높아지고, 그 결과로 국민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국가의 전체 자원에서 의료에 투입되는 부분의 비율이 커진다. 이는 프랑스만의 상황이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공통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궁극적인 문제는 예산 증액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내가 수십 년 전부터 우려하고 규탄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극빈자들을 사실상 ‘경제적 안락사’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잘못된 예견이 아니다.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고 수술이 지체되며 응급환자가 넘쳐나는 많은 나라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영국과 미국은 그중에서도 극단적인 사례다.
 
아탈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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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의료 시설들이 자금 부족 때문에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랑스도 이 문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특히 고령자들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의 여건이 갈수록 당사자들의 불만을 사는 양상을 보인다.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헌신적으로 일한다 해도 막기 어려운 현상이다. 물론 필요한 서비스 역량을 골고루 갖춘 고비용 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과 굳이 일반 의료 시스템에 기대지 않아도 될 만한 수단을 가진 유력자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모든 사회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것처럼 이들에게는 늙어서도 오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주어지는 셈이다.
 
사업가 중에서도 발 빠른 이들은 이러한 위험을 먼저 간파했다. 그들은 국가의 통제 범위 밖의 세상을 지향하며 머지않아 그들이 직접 모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심지어 가당치도 않은 불사(不死)의 약속까지 등장한다.
 
사업가들은 제약업에 대한 지배를 시도하면서 보험회사와 데이터 뱅크(DB) 보유 업체의 합병을 시도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적인 예를 들자면 구글과 악사(AXA), 마이크로소프트(MS)와 푸르덴셜이 합해지는 형태다. 이는 국가의 사회보장 시스템을 무력화한다. 이들은 전 세계의 개별 소비자들에게 질병 예방 노력 여하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는 보험 납입금을 받고 유사시에 기댈 수 있는 보장 수단들을 스마트폰을 통해 알려줄 것이다. 현재의 기술은 개인들이 각자가 자신의 건강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자발적 예속’을 즐기도록 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해 있다.
 
그러한 회사들은 그다음에는 약속했던 의료 장치나 보조 기구를 계약자들에게 제공할 것이다. 모두에게 제공할 수 없다면 일부에라도 시범적으로 내줄 것이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기업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분야의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이런 일은 일각의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에 대한 예찬론자들이 늘어놓은 선구자적 이야기 뒤에 감춰져 있는 현실이다. 자율주행차와 같은 신기술의 발전 뒤에 숨어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기술 발전은 인공 장기 개발이라는 진짜 목표로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앞에서 언급한 방향의 세상 변화는 특히 삶의 끝자락에서 가진 것 별로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무시한다. 결국 ‘죽음의 경제’로 향하는 것이다. 이 변화는 점차 국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것이며, 결국 미래를 내다볼 줄 몰라 자신들의 존립 기반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손에서도 서서히 멀어질 것이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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