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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방카·김영철 온다 … 제재 강화하면서 대화 모멘텀도 살려야

중앙일보 2018.02.23 01:38 종합 30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이자 최측근인 이방카가 오늘 온다. 그의 방한은 미묘해진 한·미 관계를 굳건히 할 호기다. 누구보다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는 인물이 이방카다. 그런 실세가 북핵 문제에다 통상 분쟁, 방위비 분담 등 한·미 간 현안이 켜켜이 쌓인 상황에서 오늘부터 3박4일간 한국에 머무른다. 그를 어떻게 대할지에 따라 한·미는 물론 남북관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김여정과 미국의 이방카를 어떻게 대접하는지 비교하면서 눈여겨볼 게 분명하다.
 

이방카 방한은 동맹 굳건히 할 호기
정부의 뜻 알릴 메신저로 활용 필요
천안함 배후 인물 김영철 수용은 잘못

어제 북한은 천안함 폭침의 배후 인물로 우리의 제재 대상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받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영철이 대표로 적당한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최용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처럼 실세이면서도 남남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적은 인물을 보내 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평창올림픽 폐막식을 전후해 북·미 대화의 모멘텀도 살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방카를 맞으면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방카가 한국에 어떤 인상을 갖느냐에 따라 한·미 동맹이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11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는 도쿄에 온 이방카를 최고급 료칸에서 프랑스 요리를 대접하고 그가 주도하는 여성기업인지원기금에 5000만 달러(약 540억원)를 쾌척해 환심을 샀다.
 
이방카를 통해 트럼프의 속뜻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방카가 아버지의 메시지를 가져올 수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인식과 통상 마찰의 의도에 대해서도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비밀리에 추진되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간의 만남이 성사 직전에 무산된 터라 북·미 간 대화를 끌어내려던 정부의 계획은 어긋났다. 이 때문에 생긴 한·미 간 앙금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가 상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볼멘소리가 워싱턴에서 나오는 만큼 더 이상 ‘코리안 패싱’이 일어나지 않게 미국과의 소통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정부는 최근 대북제재의 효과가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9일 북한 대표단을 태운 김정은의 전용기가 우리 영공으로 넘어오면서 관제용 위성망조차 못 썼다. 이용료 체납 탓이다. 북한은 외화가 부족해 노동신문조차 용지를 수입 못해 발행 부수를 3분의 1로 줄였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공해상에서 남미 선박으로부터 석유를 옮겨 싣는 북한 유조선의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이 얼마나 궁핍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방카 방한을 계기로 미국과 대북제재 스크럼을 한층 굳건히 해야 할 것이다. 이야말로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북한을 북·미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지름길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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