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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GM “최대한 빨리 한국GM 실사” … 협상 첫 단추 끼워

중앙일보 2018.02.23 01:12 종합 10면 지면보기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오른쪽)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의원들과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장진영 기자]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오른쪽)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의원들과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장진영 기자]

정부와 제너럴 모터스(GM)가 “한국GM에 대해 빠른 속도의 실사를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GM이 주장한 ‘2월 데드라인’은 사실상 사라졌다. 정부와 GM은 새로운 협상에 임할 수 있게 됐다.
 

1~2개월 걸려, 이르면 3월 중 끝나
정부, 신규 투자엔 참여 가능성
출자전환 두고는 우려·반대 목소리
김동연 “주주·채권자·노조 고통분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번 주 초 한국GM 관련 부처 장관들과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고 ▶회사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전제 ▶장기적 차원의 경영정상화 방안 필요 등 3대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이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만나 이런 원칙을 제시하면서 ‘경영정상화 방안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며 “GM 측에서는 3대 원칙에 대해 ‘합리적’(reasonable)이라고 평가했고 이른 시일 내에 공식 채널을 통해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GM은 ‘실사를 성실히 받을 것이며, 최대한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3월 초부터 한국GM에 대한 실사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당겨질 전망이다.
 
엥글 사장은 지난 13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발표를 하면서 “중대 결정을 내릴 2월 말까지 자금 지원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월 말까지 자금 지원 결정을 하지 않으면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GM의 불투명한 회계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실사가 완료된 이후에나 자금 지원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실사 합의는 GM의 ‘속도전’에 대한 정부의 ‘지구전 ’식 대응 전략이 일단 먹혀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 측이 실사를 빠르게 진행한다는데 합의한 건 GM의 신차 배정 일정을 고려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엥글 사장은 20일 국회를 방문해 “한국 정부가 자금 지원을 해주면 두 종류의 신차를 한국에 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GM의 글로벌 신차 배정은 3월에 이뤄진다. 양측이 신차 배정 결정 이전에 실사를 끝내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사는 보통 1~2개월 정도 걸리지만, 최대한 속도를 높인다면 3월 중 마무리할 수도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엥글 사장이 방한 전 미국 본사에서 ‘한국GM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메리 바라 GM 회장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정부로부터 아무것도 약속받지 못하면 난처한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GM 측의 절실한 상황이 실사 합의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사 합의는 협상의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실사 이후의 정부 지원 여부, 규모, 형태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GM 측이 지난달 정부와 산은에 한국GM에 대한 대출금 27억 달러의 출자전환과 향후 10년간 28억 달러 신규 투자 조건으로 네 가지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산은의 보유지분율(17.02%)만큼 출자전환과 신규투자, GM 본사 대출금과 관련한 한국GM 부평공장에 대한 담보 설정 허용, 외국인 투자기업 지정을 통한 세제 지원이 그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신규 투자 참여 이외의 요구는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3000만 달러 이상 제조시설을 신설할 경우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이 가능하다. 한국GM은 새 공장 신설이 아니라 기존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입장이라 외투기업 지정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공장을 담보로 설정하게 해줬다가는 GM이 공장을 처분한 뒤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GM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이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산은이 추천한 세 명의 한국GM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여 실현 가능성은 작다.
 
GM의 대출금 출자전환과 산은 참여에 대해서도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높다. 우선 GM이 대출금 전액을 한국GM 주식으로 바꾸면 지분율이 93.5%로 높아져 산은의 영향력이 축소된다. 세 명의 사외이사 추천권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산은이 보유지분율만큼 출자전환에 참여하면 납세자의 세금을 투입해 GM의 부실 경영 부담을 함께 지는 꼴이 된다.
 
다만 신규 투자는 GM이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산은 대출 등의 형태로 참여해도 부담이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이것도 실사가 마무리되고 ‘고통 분담’ 수준에 대해 GM과 정부의 합의가 이뤄졌을 경우에나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 부총리는 “향후 협상이나 협의 내용을 가정법에 근거해서 얘기할 수는 없다. 실사가 끝나기 전에 이런저런 예측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문희철 기자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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