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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미 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선택한 와인은?

중앙일보 2018.02.23 01:02
조인호의 알면 약 모르면 술(1)

20년 차 약사가 약과 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적는다. 와인은 10년 이상 된 취미로 한 포털 와인 부문 파워블로그를 4년 연속 수상했으며 2017 한국 소믈리에 대회 어드바이저 부문 1위도 수상했다. 오랜 기간 약국에서 약을 취급하며 환자에게 복약 상담했던 경험, 와인과 기타 술에 대한 조예를 바탕으로 우리가 평소 접하는 약과 술의 이야기, 그리고 음식과 함께했을 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편집자>

 
레드 와인이 심혈관 건강에 좋음을 상징하는 단어인 ‘프렌치 패러독스’는 와인 변방국인 우리에게도 이미 가설이 아닌 상식이다. 언어와 정보에 장벽이 없는 글로벌 시대에 음식 문화 또한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농구 최고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는 최근 SNS에 자신이 마신 와인을 소개하며 연일 와인 예찬을 하고 있어 화제다.
 
 
르브론 제임스(맨 오른쪽)와 동료들이 와인을 함께 마시고 있다.

르브론 제임스(맨 오른쪽)와 동료들이 와인을 함께 마시고 있다.

 
“와인이 심장에 좋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체력이 뒷받침해주는 한 최선을 다해 농구를 할 것이며 나는 거의 매일 와인을 마시고 있다. 무슨 와인이든 앞으로도 계속 마실 것이다.” 그의 얘기다.
 
사실 와인이 심장 및 건강에 좋다는 연구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과학적인 증명도 아직은 부족하다. 오랜 기간 와인 애호가로 지내온 나 역시 건강 증진의 이유로 와인을 마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몸에 좋은’ 와인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여기서 확실히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어떤 와인을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느 정도 마셔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지다. 그리고 와인에 대한 지식과 스토리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과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상상력이 보태질 때 더 위대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며 와인은 이에 부합하는 술이다.
 
앞서 소개한 르브론 제임스의 경우 체력 향상을 와인 마시기의 핑계(?)로 삼았지만 매 경기의 승패가 전쟁과도 같은 프로 스포츠 선수인 그에게 더 중요한 건 오히려 평정심, 즉 멘탈 유지일지도 모른다. 마침 와인이 정신 건강과 우울증 억제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일주일에 2~7잔의 와인을 마신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우울증 발생 위험이 32%나 낮았다. [사진 Freepik]

일주일에 2~7잔의 와인을 마신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우울증 발생 위험이 32%나 낮았다. [사진 Freepik]

 
2013년 스페인 나바라 대학의 미겔 마르티네스 곤살레스 박사는 55~80세 남녀 5500명을 대상으로 7년간 음식과 음주 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에 의하면 일주일에 2잔에서 7잔의 와인을 마신 그룹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그룹이나 다른 술을 마신 경우에 비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32%나 낮았다고 한다.
 
2016년 ‘알코올과 알코올 중독 저널(Alcohol and Alcoholism journal)’에 실린 핀란드 헬싱키와 탐페레 대학의 공동연구에 의하면 18~69세의 남녀 26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매일 저녁 식사와 함께 와인을 한잔에서 두잔씩 마신 그룹의 자존감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12% 높았다고 한다.
 
이제 르브론 제임스가 얼마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와인 사진들을 보자. 모두가 훌륭한 와인이며 그가 의도하는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될 와인이 분명하지만, 특히 그에게 궁합이 좋을 와인을 골라보자.
 
 
피노 누아 와인, 근력 증진에 도움 
근력과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피노 누아 와인(왼쪽에서 세 번째)'과 강한 멘탈 유지에 도움이 되는 '뀐타렐리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진 르브론제임스 인스타그램 캡쳐]

근력과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피노 누아 와인(왼쪽에서 세 번째)'과 강한 멘탈 유지에 도움이 되는 '뀐타렐리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진 르브론제임스 인스타그램 캡쳐]

  
먼저 왼쪽 세 번째 와인인 ‘안티카 테라 피노 누아’(Antica Terra Antikythera Pinot Noir 2014)를 꼽고 싶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만드는 고급 피노 누아 와인이다. 이 와인은 운동선수인 그에게 육체적인 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피노 누아는 근력과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 물질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을 많이 함유한 품종이기 때문이다.
 
 
안티카 테라 피노누아.

안티카 테라 피노누아.

 
일반적으로 약리학적인 활성을 가진 이러한 화합물은 포도의 껍질이나 씨앗에 많이 분포돼 있지만 피노 누아는 껍질이 얇은 품종임에도 레스베라트롤이 많다. 이는 생장 환경에 이유가 있다. 추운 날씨에서 잘 자라는 피노 누아의 경우 냉해나 서리 등의 위험에 견디기 위해 얇지만 강력한 껍질이 필수다. 여기에는 다양한 화합물이 방어작용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레스베라트롤’인 셈이다.
 
 
피노누아 포도 품종. 껍질이 얇은 포도 품종임에도 레스베라트롤 등 항산화 물질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부르고뉴 와인이 피노누아로 만드는 와인이며, 포도 껍질이 얇으므로 와인의 색이 옅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피노누아 포도 품종. 껍질이 얇은 포도 품종임에도 레스베라트롤 등 항산화 물질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부르고뉴 와인이 피노누아로 만드는 와인이며, 포도 껍질이 얇으므로 와인의 색이 옅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강인한 멘탈 유지 측면에서 추천할만한 와인은 무엇일까? 오른쪽에서 세 번째인 ‘뀐타렐리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QuintarelliAmarone Della Valpolicella 2004)’다.
 
 

뀐따렐리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하루에 딱 한 잔만
아마로네 와인은 통풍이 잘 되는 공간에서 포도를 말려서 만드는 특수한 제조 공정을 거친다. [사진 출처 Masi Wines]

아마로네 와인은 통풍이 잘 되는 공간에서 포도를 말려서 만드는 특수한 제조 공정을 거친다. [사진 출처 Masi Wines]

 
아마로네 와인은 이탈리아 베네토주의 특산품으로, 일반적인 와인과 달리 건포도처럼 포도를 말린 후에 이를 발효해서 만드는 와인이다. ‘Amaro’라는 단어가 ‘쓰다’는 뜻이지만 와인 자체의 향과 맛은 역설적이게도 말린 과일과 숙성에서 오는 달콤한 풍미가 특징이다. 집중력을 향상한다고 알려진 테오브로민이 많은 초콜릿 등과 궁합이 제일 좋은 와인이 아마로네 와인인데다 와인 자체에서도 초콜릿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효과를 모두 얻기 위해선 제일 중요한 관문이 아직 하나 남아 있다. 마셔본 이는 알겠지만, 이 맛있는 와인을 하루 딱 한 잔씩만 마시고 참아내는 인내가 그것이다.
 
조인호 약사·와인 파워블로거 inho3412@naver.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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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 조인호 약사 필진

[조인호의 알면 약 모르면 술] 20년 차 약사가 약과 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적는다. 와인은 10년 이상 된 취미로 한 포털 와인 부문 파워블로그를 4년 연속 수상했으며 2017 한국 소믈리에 대회 어드바이저 부문 1위도 수상했다. 오랜 기간 약국에서 약을 취급하며 환자에게 복약 상담했던 경험, 와인과 기타 술에 대한 조예를 바탕으로 우리가 평소 접하는 약과 술의 이야기, 그리고 음식과 함께했을 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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