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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벼랑 끝에서

중앙일보 2018.02.23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8강전> ●퉈자시 9단 ○안국현 8단   
 
9보(122~133)=퉈자시 9단의 침통한 표정은 그가 불리한 형세를 절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안국현의 깔끔한 반면(盤面) 운영에 손을 써볼 겨를도 없이, 정신을 차려보니 흑의 판세가 패배의 기운으로 얼룩져 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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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바둑이 시작되기 전까지 안국현 8단에게 큰 기대를 거는 바둑 팬들은 많지 않았다. 당시 바둑 팬들의 관심사는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국내 랭킹 1·2위 박정환 9단과 신진서 8단의 바둑이었다. 하지만 손쉽게 승리할 줄 알았던 박정환 9단과 신진서 8단이 뜻밖의 패배를 당했고,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안국현 8단이 완승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다시 실전으로 돌아가, 상대에게 중앙을 빼앗긴 흑은 일단 한발 물러나 125~129로 좌하 백 두 점을 잘라먹었다. 여기서 백은 두 점을 깔끔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참고도'처럼 백1로 이어서 버티면 좌하귀에서 큰 '패'가 나서 매우 곤란하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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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 나온 안국현 8단의 130은, 흑의 급소를 또다시 파고드는 날카롭고 예리한 수. 벼랑 끝에 몰린 퉈자시 9단은 더는 물러날 수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바로 응수하지 않고 131로 들여다보더니, 133으로 묘한 곳에 붙였다. 비장한 표정으로 반상을 노려보고 있는 퉈자시 9단. 그의 마지막 승부수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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