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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 치킨만두, 중국엔 배추만두 … 현지 입맛을 팔아라

중앙일보 2018.02.23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미국 대형마트를 가면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를 쉽게 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치킨과 고수를 넣은 완탕과 미니 사이즈의 치킨 찐만두인데 한국엔 없는 종류다. 닭고기를 즐겨먹는 미국인 입맛을 반영해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었고, 미국인에게 생소한 부추 대신 고수를 썼다. 두 제품이 매출을 끌어 올리면서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미국에서 연 매출 1770억원, 시장 점유율 12%를 넘어섰다. 2016년, 25년 동안 미국 만두 시장 1위를 지켰던 중국 브랜드 ‘링링’을 제친 뒤 2년 연속 1위다.
 

한국 간식, 나라마다 다른 수출 전략
진한 초콜릿 즐기는 베트남엔
카카오 넣은 검은빵 초코파이

바나나 우유는 항아리 용기 대신
유통기한 늘린 멸균팩으로 인기

국내 없는 파리바게뜨 ‘더러운 빵’
초코 범벅으로 중국서 빅히트

식음료 업계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전략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소비자 입맛을 잡기 위해선 제품 고유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현지 선호도나 문화 등 특징을 반영하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기존 국내 제품을 기반으로 맛에 변화를 줄 뿐 아니라 겉모습도 바꾸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식음료 업계 해외 시장 공략법

식음료 업계 해외 시장 공략법

비비고 만두는 나라마다 주력 제품이 다르다. 중국에선 원래 만두에 즐겨 넣던 배추와 옥수수를 넣은 ‘배추 왕교자’와 ‘옥수수 왕교자’를 내놨다. 고기만 넣은 만두를 즐겨먹는 러시아에선 기존 제품보다 고기 함량을 늘린 만두로 현지 생산을 앞두고 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 시장의 경우 물만두 수준의 작은 만두를 선호하다보니 국내 제품보다 크기도 작다.
 
최자은 CJ 제일제당 냉동마케팅 상무는 “제품만 잘 만들면 모두에게 맛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제조업자 위주의 태도”라며 “현지 전략이 없으면 장기적 식문화로 자리 잡지 못하기 때문에 비비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품 종류를 더 확장할 계획” 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9월 베트남에서 ‘초코파이 다크’를 출시했다. 초코파이를 제사상에 올릴 정도로 고급 먹거리로 여기는 베트남에선 진한 초콜릿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래서 빵에도 카카오를 넣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대도시 위주에서 메콩강 인근 등 중소 지역까지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베트남 법인에서 개발했다”고 말했다.
 
아예 없던 새로운 메뉴를 내놓기도 한다. 2004년 중국에 진출한 파리바게뜨의 요즘 최고 인기 상품은 국내 매장엔 없는 ‘짱짱바오(脏脏包·더러운 빵)’ 다. 페이스트리에 초코가루를 잔뜩 묻힌 빵인데 먹으면 손과 입 주변이 초코 범벅이 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 파워블로거에 해당하는 중국 인터넷 스타 ‘왕홍’ 들이 다른 베이커리 브랜드에서 나온 제품을 먹으며 인기를 끌자 파리바게뜨에서도 지난해부터 팔기 시작했다. 매장 한 곳당 하루에 100개 넘게 팔리면서 중국 전체 매출의 7%를 담당하는 효자 빵이 됐다.
 
치킨과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베트남 매장에선 밥도 판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식문화를 고려해 치킨과 밥을 함께 먹는 ‘라이스보울’을 출시했다. 이 지역의 치즈 선호가 높은 점을 반영해 기존 치킨에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치즈칙찹’ 도 추가로 개발했다.
 
겉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빙그레 바나나 우유는 대만이나 미국 등 해외에 팔 때 볼록한 오리지널 항아리 모양 용기 대신 멸균 팩에 담아 판다. 초기에 항아리 모양을 시범으로 소량 수출했는데 유통 기한이 열흘 정도로 짧다 보니 백화점에서 주로 팔았다. 반응이 좋자 편의점 등 다른 곳으로 판매 창구를 넓히기 위해 맛은 같지만 6개월로 유통 기한을 늘린 멸균 팩 포장으로 바꿨다. 설비 투자를 더 해 유통 기한을 15일로 늘린 덕분에 중국에선 오리지널 단지 제품도 함께 판다.
 
배스킨라빈스가 중동 지역에 파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일반 빵에 쓰이는 스펀지케이크가 들어간다. 보통 국내에선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작은 조각 아이스크림을 모아 화려하게 구성하는데 수출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비알코리아 이경일 전무는 “중동까지 안전하게 배송하면서도 고품질을 유지해야 하므로 한두 가지 맛으로만 구성하고 빵과 케이크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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