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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로 올림픽선수촌·훼밀리, 목동 등 타격 예상

중앙일보 2018.02.20 15:00
재건축 연한을 충족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일대.

재건축 연한을 충족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일대.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판정 기준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재건축 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재건축 사업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 통과 문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전진단을 아직 통과하지 못한 초기 단계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안전진단 통과 문턱 높아져
서울에서만 10만 가구 타격
대상 아파트 매수세 위축될 듯
안전진단 통과 아파트, 재개발 등
규제 벗어난 곳으로 풍선 효과 우려도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재건축 연한(30년) 도래 단지 중 안전진단을 진행하지 않은 아파트는 서울에서만 10만3822가구에 달한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가 밀집한 양천구가 2만4358가구로 가장 많고 노원구(8761가구), 강동구(8458가구), 송파구(8263가구), 영등포구(8126가구)가 뒤를 잇는다. 
 
올해 서울에서 준공 30년을 맞는 아파트도 7만3000여 가구다(부동산114 조사).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단지,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훼밀리타운 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올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이들 단지는 재건축의 첫 단계부터 가로막혀 후속 사업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안전진단 통과 이전인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튼튼하게 지어진 중층 아파트가 대부분"이라며 "구조 안전성의 가중치를 높이면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목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 아니냐"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시장의 열기가 주춤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의 경우 가뜩이나 재건축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이번 조치까지 맞물리면 재건축 사업이 더 위축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안전진단 강화를 시작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까지 '4중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라며 "매수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풍선 효과'가 대표적이다.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나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새 아파트, 재개발 단지 등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란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에서 비강남으로 집값 상승이 번지는 고리를 끊어버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압구정·개포지구같이 안전진단을 이미 받은 강남권은 더욱 공고해지고, 비강남권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진단 규제를 피한 단지의 몸값은 뛰고, 그렇지 않은 재건축 단지 가격은 하락하는 등 시장 불안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너무 급하게 규제안을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건물의 구조 안전뿐 아니라 층간소음이나 주차장 부족 등 주민 삶의 질 부분도 중요하다"며 "열악한 주거환경 등이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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